남자축구에 실망한 중국 "여자 4강은 밀어주자" 응원 봇물

입력
2022.10.30 1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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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 월드컵 유치 및 3위 목표 제시에
"남자축구만큼 지원해주자"
실망한 남자 축구에 보상 심리

중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뭄바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뭄바이=로이터 연합뉴스

"남자축구와는 다르다. 더 많은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다."

월드컵을 향한 중국인들의 마음이 다시 들뜨고 있다. 단 남자가 아니라 여자 월드컵이다. 중국이 '2031 여자월드컵' 유치 경쟁에 뛰어들며 '월드컵 4강' 목표를 제시하자, "여자축구만은 잘해보자"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도 20년간 월드컵 본선 무대에 발조차 디디지 못하고 있는 자국 남자축구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중국축구협회와 국가체육총국은 지난 24일 2031년 열리는 여자월드컵 유치를 위해 중국 여자 대표팀을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월드컵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의 8강 진출에 이어 '2027 월드컵'과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4강 진출 그리고 2031 중국에서 열릴지도 모르는 월드컵에서 3위 안에 들겠다는 것.

실제 중국 여자축구 실력은 만만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0월 기준) 15위로 한국(17위)에 앞서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북한(10위)과 일본(11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지난 2월 열린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한국에 3대 2 역전패를 안겨준 팀도 다름 아닌 중국이다. 당시 중국 방송 매체들은 여자 대표팀이 귀국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내보내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전 중인 여자축구가 월드컵 4강이라는 대업을 제시하자, 중국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무 말 말고 지원해주자", "중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와 달리 정신력이 뛰어나다. 투자 가치가 있다"는 지지가 이어졌다. "남자축구에 투자한 만큼 여자축구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게시물은 1억1,000만 뷰를 돌파했다. 펑파이 등 중국 주요 매체들도 "중국 여자축구 수준은 아시아 최고이며, 2030년에는 세계 최고의 팀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남자축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축구광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마르첼로 리피, 거스 히딩크 등 세계적 명장들을 국가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으로 연이어 불러들였다. 자국 슈퍼리그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 슈퍼리그 선수 평균 연봉은 한국의 10배 넘는 23억 원(2019년 기준)에 달했고, 축구특성화학교를 2025년까지 5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처참했다. 2002년 이후 20년 넘도록 월드컵 본선 진출은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2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도 1대 3으로 패배하며, "14억 인구 중 공 찰 줄 아는 11명이 없다"는 냉소를 들어야만 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자축구에 대한 중국의 계획은 가라앉아버린 남자축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여자축구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자국 남자축구에 대한 보상 심리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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