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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내동댕이' 연기만 100번… 넷플릭스 촬영 중 뇌 손상

입력
2022.10.30 15: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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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희극배우 '유리양 레트리버'
프로레슬러 연기 도중 머리 부상
촬영 안전 소홀에 비판

일본의 여성 희극인 유리양 레트리버. 넷플릭스 TV시리즈 '극악여왕'을 촬영하다 머리 부상을 당해 입원했다.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일본의 여성 희극인 유리양 레트리버. 넷플릭스 TV시리즈 '극악여왕'을 촬영하다 머리 부상을 당해 입원했다.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일본의 여성 희극배우가 프로레슬러 역을 맡아 TV 드라마를 촬영하던 도중 뇌 손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해 내년 방송 예정인 기대작이었지만, 촬영 현장의 안전 대비는 할리우드식이 아닌 후진국 방식이었다.

지난 27일 슈칸분슌(週刊文春) 온라인판은 희극배우 유리양 레트리버(31)가 내년 방송될 넷플릭스 TV 시리즈 ‘극악여왕’ 촬영 중 머리 부상을 당해 긴급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배우의 컨디션 회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극악여왕’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레슬러로 1980년대 여자 프로레슬링 붐을 이끈 실존 인물 ‘덤프 마쓰모토’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기획, 각본, 프로듀스는 유명 방송작가 스즈키 오사무, 감독은 ‘고독한 늑대의 피’ ‘이름 없는 새’ 등을 만든 유명 영화감독 시라이시 가즈야가 맡았다. 한국의 ‘킹덤’ ‘오징어 게임’처럼 유명 작가와 감독을 섭외해 TV 시리즈를 만드는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을 따른 셈이다.

첫 주연을 맡은 유리양 레트리버의 각오도 대단했다. 1년여 동안 트레이너와 함께 근력 훈련을 하고 전 프로레슬러에게 레슬링 지도도 받았다. 다이어트로 65㎏까지 줄였던 몸무게도 다시 28㎏이나 늘려 93㎏을 만들었다.

일본 여성 프로레슬러 덤프 마쓰모토.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레슬러로 일본의 1980년대 여자 프로레슬링 붐을 이끌었다. 위피키디아

일본 여성 프로레슬러 덤프 마쓰모토.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레슬러로 일본의 1980년대 여자 프로레슬링 붐을 이끌었다. 위피키디아

문제의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21일 일본 지바현의 한 체육관. 유리양의 손가락 부상으로 촬영이 미뤄진 장면의 재촬영 현장이었다. 유리양은 자신 때문에 촬영이 연기됐다며 매우 미안해했다. 그래서인지 부담이 큰 동작을 반복해서 요구받았는데도 아프다는 호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인공이 프로 입단 테스트를 받는 장면에서는 상대방으로부터 내동댕이쳐져 머리부터 떨어지는 동작을 100번 넘게 반복하기도 했다. 이때 이미 유리양은 머리에 통증을 느꼈지만 말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항상 웃는 얼굴로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라며 밝게 행동해 주변에서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두통이 온 후에야 병원에 갔더니 뇌 손상이 있으며 1주일 이상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분슌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려면 3개월 정도는 필요하고, 프로레슬링 같은 과격한 촬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현장에선 촬영 재개는 절망적이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역 프로레슬러에게도 부담이 큰 동작을 100번 넘게 시켰다는 보도에 제작진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 WWE에서 활약한 적 있는 일본의 전 프로레슬러 다지리는 트위터에 자신의 부상을 회고하며 “이때의 통증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썼다. 이어 분슌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런 연습은 프로라면 더욱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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