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기업, 강제 분할' 꺼낸 안철수... 카카오 쪼갤 수 있나

입력
2022.10.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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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카카오T 분리" 외친 안철수
강제 분할 사례, 미국 AT&T 등 극히 드물어
5대 빅테크 규제처럼 강한 조치 주문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기업의 시장 독과점이 심할 경우 회사를 쪼갤 수 있는 '기업 분할법'을 발의했다. '먹통 대란'을 일으킨 카카오를 비롯해 시장점유율이 큰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다. 하지만 기업을 강제 분리시킨 사례가 극히 드물고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 도입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이 25일 대표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가 독과점을 장기간 지속하는 사업자에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 시장구조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행위가 있을 때 가격 인하, 해당 행위 중지 또는 그밖의 필요한 시정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현행법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안 의원 판단이다. 시장 내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가격을 높이는 등 독과점 기업의 폐해를 줄이려면 과징금, 시정 조치보다 센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분할은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한 2016년 2월 '1호 법안'으로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제도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재보궐선거를 치른 5월엔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공정위에 기업 분할권을 줘서 카카오톡과 카카오 택시를 다른 회사로 잘라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분할법은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부 주도의 기업 분할은 전례가 거의 없다. 반(反)독점법이 있는 미국에서조차 기업을 강제 해산한 사례는 1911년 정유사 스탠더드오일, 1982년 통신사 AT&T 등 두 번에 불과하다. 일본은 사적반독점법에 기업 분할 명령 조항을 두고 있으나 활용한 적은 없다.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인 기업에 대해 정부가 '쪼개라 말라'고 관여하는 건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분할했다가, 구글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이 어부지리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 역시 따져봐야 한다. 또 정치 지형상 기업 분할법은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노선과 어긋나 여당으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을 강제로 분할하는 건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제도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모자란 부분은 보완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식에 대해 기업 분할 명령까지 도입하지 않더라도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아마존이 추진하는 인수·합병(M&A) 심사를 강화하는 등 5대 빅테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독과점 규제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올해 안에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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