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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앞에서 우리 할머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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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통하지 않고 표를 사거나 주문하도록 하는 기계를 '키오스크'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주문받을 사람이 없을 때 사용되었는데, 어느새 사람이 가게 안에 있어도 만나러 가야 하는 기계가 되었다. 키오스크라는 말이 언제부터 익숙한 말이 되었나? 그리고 '키오스크'에는 왜 외국어가 많을까?
키오스크(kiosk, kiosque)의 유래는 페르시아어 '쿠슈크(kushk)'에 있다. 페르시아어에서는 궁전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튀르키예어 '쾨슈크(köşk)'에 집에 딸린 작은 누각을 이르는 말로 남아 있다. 20세기 초에는 길목이나 광장에 앞면이 열린 작은 간이 건축물을 키오스크라 불렀다. 신문이나 잡지를 파는 매점, 옥외 광고탑, 공중전화 등이 쾨슈크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간이 건축물에서 하던 일을 대신하는 기기가 키오스크가 되었다. 이처럼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를 두고, 한국에서는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이나 '정보·통신'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여러 나라에서 '무인 단말기'라 부르는 것을 한국에서는 왜 '키오스크'로 부르기 시작한 것일까? 우선, 무인 단말기에 대해 한국에서는 유독 '전자 장비'라는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전자 장비 개발자들의 소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어 과다 사용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국에서 개발되는 키오스크가 유독 비용 절감에 집중되어 있고, 비용상 일어나는 것 이외의 문제는 그저 감내할 불편 정도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 결과, 무인 단말기의 개발자들이 소홀하게 여긴 '소외감'을 가족과 이웃이 겪게 되었다.
기기 이용에 서툴러서 햄버거를 8개나 샀다는 어르신은 드라마 속 누군가가 아니다. 곧 우리 가족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으로 우리말을 아끼는 젊은이, '우리말 가꿈이'(21기 파랑새 모둠)가 관공서와 기업 20여 곳에 공문을 보내 어려운 말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다. 실제로 '빽다방 무인 단말기'는 'sold out', 'Tea'를 각각 '품절', '차(Tea)'로 바꾸었는데, 기업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좋은 제안을 듣고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소외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는가? 기기 제작에 아끼려던 비용은 이후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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