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소통

입력
2022.10.28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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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의 빠른 변화가 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사회로의 이행은 노인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위기감을 주었다. 서류 발급, 차표 예매, 음식 주문, 각종 쇼핑이 온라인으로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세대와 계층은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새로 등장하는 신조어와 외국어도 노인들의 소외감을 더한다. 낯선 디지털 기기 안의 낯선 용어들, 이해하고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번 고비를 만난다.

두 달 전 '심심한 사과'에서 비롯된 청년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한 차례 휩쓸고 갔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한자 표현을 모르는 청년들의 어휘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어휘 능력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현상으로 접근한다. 즉, 세대의 차이에 따른 두 세대의 언어적 감각이 다른 결과라는 것이다. 한자 문화권에 익숙하지 않을 뿐 영어 문화권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해 지적 능력이 뒤지지 않는다. 중요한 문제는 소통의 맥락과 태도이다. 사과의 맥락에서 쓴 '심심하다'는 '지루하다'가 아닌 다른 뜻일 것이라는 여지를 두는 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듯 저마다 다른 소통의 고민과 과제가 놓여 있다. 전달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전달받는 사람에게 잘 전하기 위해 언어를 넘나드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하고, 함께 소통하고 있는 상대방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는 노인, 기사에 나오는 한자어의 뜻을 찾는 청년, 다수를 위해 디지털 기기의 디자인과 문구를 쉽게 다듬는 공급자는 공동체의 소통을 위해 자신을 확장하는 사람들이다.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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