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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범죄자 취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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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수사받는 당사자가 마치 쇼핑하듯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적어도 민주국가 중에는 없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검 도입을 요구한 것을 잡범의 수사기관 고르기에 빗댄 것이다. 보수 지지층은 찰떡같은 비유라며 한 장관의 사이다 화법에 박수를 쳤지만 야권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평소 민주당과 자주 부딪쳐 온 한 장관의 직설 화법을 감안해도 쇼핑 발언은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많다.
야당 대표를 범죄자 보듯 대해온 윤석열 정부의 시각이 그의 이번 발언에 그대로 묻어난 것이라는 점이 계파를 초월해 민주당 전체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부터 이 대표를 대할 때 검사가 피의자 보듯 하는 것 같다.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경쟁자였던 이 대표를 대장동 수익 약탈자로 지목한 뒤 “당선되면 단죄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영수회담이든, 여야 지도부 면담이든 형식은 뭐라도 좋으니 민생을 위해 일단 만나자며 이 대표가 다섯 번이나 구애를 하는데도 윤 대통령이 좀처럼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는 건, 피의자와 말 섞고 싶지 않다는 멸시 때문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거부감도 이해는 된다. 지금까지 관련 수사 진척을 보면 이 대표 연루 가능성을 떠올리는 건 합리적 의심의 범위 안에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까지 구속된 터라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이 과연 누굴 보고 돈을 건넸겠냐는 의문이 자동으로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정계 거물이라면 그 점은 외려 가중처벌 요소가 되는 게 국민 법감정에 맞을 것이다. 야당 대표 자리가 방탄 등 수사 방해 요소가 돼서도 곤란하다. 일선 검사는 이런 자세로 수사에 임하는 것이 직업윤리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더는 검사가 아니다. 범죄자를 가려내고 단죄하면 족한 자리가 아니라 국가 경영자로서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때로는 돌아가고 타협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현재로선 이 대표가 받는 의혹 중 확실하게 유죄로 판명 난 것은 하나도 없다. 확실한 건 그가 밉든 곱든 169석 거대 야당 대표라는 점, 그리고 경제와 안보 이중 위기 속에서 내후년 총선 전까지 민주당 협조 없이 순탄한 위기 극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범죄자 취급은 유죄 판결이 내려진 뒤 해도 늦지 않다. 윤 대통령 임기 중 이 대표 수사를 뭉갤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극복은 미뤘다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약자 복지”를 강조하며 따뜻한 보수의 모습을 부각했다. 민주당이 ‘야당 탄압’에 반발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는 바람에 절반 넘게 비어 허전한 본회의장에서 그는 호소했다.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약자 복지와 같은 민생 협력이 정말 절실하다면 윤 대통령은 피의자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존재라도 찾아가 낮은 자세로 손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해 만나 머리를 맞댄다고 한동훈 장관이 있는 죄를 덮어줄 사람도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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