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입력
2022.10.27 17:30
14면
구독

여성, 경찰하는 마음·주명희 외 지음·생각정원 발행·259쪽·1만6,000원

여성, 경찰하는 마음·주명희 외 지음·생각정원 발행·259쪽·1만6,000원

'○○음식점에서 남성 두 명이 주인을 괴롭힌다'는 내용의 112 신고에 지구대 경찰관이 출동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현장에 도착한 여성 경찰관을 향해 "여자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경찰관 김소영씨는 더 큰 목소리로 단호하게 외쳤다. "여기 여자가 어딨습니까, 경찰이지!"

여성 경찰이 겪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이 세상에 나왔다. 22년 차 경찰로 서울경찰청 최초의 여성 감찰조사계장을 지낸 주명희 총경이 '경찰 젠더연구회' 회원들의 자전적 기록을 엮은 책이다. 이 모임은 2019년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으로 여경 무용론이 일자 '여경혐오를 멈춰달라'는 성명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책은 1부 '여경하는 슬픔'과 2부 '경찰하는 기쁨'으로 구성된다.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의 당사자를 포함해 순경부터 형사, 기동대, 무술교관으로 일하고 있는 여경들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생생하고 절절하게 보여준다. 조직 안팎의 오해와 편견을 견디고 버티며 각자의 자리에서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는 23인의 속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여경, 남경 논란을 떠나 진정한 경찰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의 여성 경찰이 조직에 들어간 후 75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여성 경찰 비율은 13.6%(1만9,107명)에 그친다. 뿌리 깊은 남녀차별 구조가 사회 각계에서 허물어지고 있지만 경찰 조직에선 여전히 남성 중심 권력 체계가 공고하다는 방증이다. 책을 엮은 주 총경은 서문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여경들, 부정적 시선에 섬처럼 고립돼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이 책이 경찰, 그리고 여성 경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여경'이라는 단어가 혐오의 의미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썼다.


손효숙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