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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복지라는 '주 4일제' 근무, 회사 사정 어렵다고 '주 5일'로 일방통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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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삶은 그저 '존버'만이 답일까요? 애환을 털어놓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막막함을 <한국일보>가 함께 위로해 드립니다. '그래도 출근'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건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습니다.
#1. 지난달 교육종합기업 에듀윌은 3년 동안 유지한 주 4일 근무제를 철회하고 다시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알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갑작스러운 회사의 근무제 변경에 직원들이 반발했고, 회사 측은 20일 만에 주 5일제 시행은 없던 일로 하고 주 4일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공지했다.
#2. 카카오는 지난달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겪었다. 당시 많은 직원들이 서비스 복구에 긴급 투입됐다. 그런데 한 카카오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장애 대응 수당이 있는지 회사에 물었는데, 무급이라고 해서 놀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 퍼지며 시끌시끌했다. 카카오 측은 "사실이 아니다", "카카오의 놀금(출근하지 않는 금요일) 제도 도입에 따른 오해"라며 급히 불끄기에 나섰다.
'월화수목일일일'을 현실화할 수 있는 주 4일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복지'로 꼽힌다. 5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희망하는 복지' 설문 조사에서 주 4일제(23.4%)는 2위 재택근무 시행(7.3%)의 세 배 넘는 몰표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60세 미만 직장인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68.3%는 주 4일제 도입을 찬성하고, 57.1%는 앞으로 주 4일제 시행 여부가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주 4일제는 기업 중심으로 도입되다 최근엔 정부가 주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주 4일제를 적용하기에 앞서 그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격주 놀금', '주 4.5일제' 등을 시험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평일 7시간 근무, 월요일 오후 1시 출근하는 주 32시간제를 운영하고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금요일 업무가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나면 퇴근하는 주 36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에듀윌과 카카오처럼 여러 갈등과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에듀윌은 국내 기업 중 주 4일제를 남들보다 일찍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6월 업계 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로제를 시작해, 일주일 중 하루는 직원들이 원하는 요일에 쉬게 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한 뒤 2020년 초부터는 주 4일제를 공식적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9월 16일, 회사는 갑자기 직원들에게 "10월 1일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주 5일 근무제로 변경하겠다"고 알렸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외부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무작정 사람을 뽑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일단 내년 초 정도까지 주 5일제를 유지하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에듀윌이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듀윌의 주 4일제를 보고 입사한 직원들이나, 이미 주 4일 근무제에 맞춰 생활 계획을 짠 직원들에게는 회사의 통보가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듀윌의 한 직원은 "회사는 근무제를 바꾸는 사안과 관련해 아무 얘기 없다가 갑자기 퇴근 30분 전에 주 5일제 전환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계약위반 아니냐', '퇴사를 하겠다'는 등 분노한 직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결국 에듀윌 측은 10월 1일부터 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에서 11월 1일부터 시행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가, 지난달 7일에는 아예 주 5일 전환 계획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에듀윌 관계자는 주 5일 전환 계획을 취소한 배경에 대해 "내부 반발이 컸다"고 인정했다. 대신 주 4일 근무제와 함께 도입됐던 오후 4시부터 30분 동안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식 휴식 시간인 집중 휴게 시간을 없애 회사 분위기를 다잡기로 했다.
주 5일제로 되돌리려던 회사의 계획이 없던 일이 된 이유는 직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취업 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취업 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절반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주 4일제에서 주 5일제로 바꾸는 일은 근로 시간이 늘어나고 출근일도 늘어나는 만큼 분명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는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절반 이상의 근로자가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입사원 뽑는 채용공고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제시했다가, 정작 이들이 출근 할 무렵 주 5일제로 바꾼다면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직업안정법상 거짓 구인 광고 및 구인 조건 제시 금지 위반에도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 당시의 '무급 근무' 해프닝은 놀금 제도 도입에 따른 오해라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7월부터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주간 평균 36시간을, 한 달 평균 144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르면 근로 시간은 하루 최대 8시간, 1주 최대 40시간을 넘길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 근로 수당도 주당 40시간을 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카카오는 직원들의 월 근무 시간이 주 40시간 기준인 160시간보다 16시간이 적기 때문에 보통 월 16시간까지는 수당이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기준 한 달에 16시간 추가 근무를 해도 법정 근로 시간(160시간)을 다 채우게 되는 것이라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야간과 휴일 수당은 원래 따로 지급하고 격주 놀금 근무, 연장 근무를 하면 조직장 재량으로 특별 휴가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월 16시간 추가 근로에는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이견이 있다. 민현기 공공운수노동조합법률원 공인노무사는 "일한 만큼 근로자에게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주 40시간 기준으로 카카오톡 평균 주간 근로 시간인 36시간을 넘는 4시간에 대해서도 통상 임금을 줘야 한다"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1.5배 가산된 수당이 붙는다"고 말했다.
카카오 노조 측은 근로기준법과 현재 임시로 진행 중인 격주 4일제 사이에는 '회색지대'가 있다고 말한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이 발생하지만 주 40시간인 법적 기준은 충족했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아도 카카오가 처벌받는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연장근로 수당을 측정하는 노동시간의 기준 자체가 오래됐다"며 "휴가나 유급 휴무일 관련 해석이 애매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 지회장은 이어 "법 테두리 안의 주 최대 근로시간(8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명확할 것"이라면서도 "그 미만에서의 연장근로의 경우에는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번 화재로 인한 장애 대응과 관련해서는 사안의 긴급함, 엄중함을 감안해 별도의 근무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장애 대응 근무에 대한 특별 근로 수당, 특별 휴가를 주고, 식대, 교통비, 숙박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근로단축을 실시하는 회사에서 연장근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지난해부터 '격주 놀금'을 시행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는 '놀금' 등 휴일에 일하면 대체 휴가를 준다. 우아한형제들은 연장 근무한 시간을 '분 단위'로 체크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9년 4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이후 퇴근 시간 이후 장애 대응을 포함한 추가 근무가 필요한 경우에는 실제 근무한 시간에 따라 1분 단위로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해 격주 주 4일제, 원격근무제도 등 근무 실험을 진행해 보고, 내년 1월부터 새 근무 체제로 공식 전환할 계획이다. 카카오 노조는 내년 정식 근무 체제 전환에 맞춰 이 '회색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판단한다. 서 지회장은 "내년부터 주 36시간 근무가 정식 제도화된다면, 이에 맞춰 회사와 협의해 연장근로수당의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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