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회사 기억이 한꺼번에 싹~ 과연 행복할까요

입력
2022.10.29 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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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 시즌1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 속 마크는 출근과 동시에 직장 내 자아로 살아간다. 회사 건물을 나가는 순간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 속 마크는 출근과 동시에 직장 내 자아로 살아간다. 회사 건물을 나가는 순간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9부작 | 15세 이상

일과 개인 삶을 구분하긴 어렵다. 회사에선 집안 걱정이 떠오르고, 퇴근해도 일이 집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일이 삶을 집어삼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워라밸’을 처절하게 외치는 사람들이 늘 수밖에. 만약 퇴근과 동시에 회사 일을 한꺼번에 잊게 된다면, 회사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세브란스: 단절’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공상을 바탕으로 서늘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①직장 안팎 자아가 분리된다면

마크와 팀원들은 지나치다 싶게 넓은 공간에서 무엇인지 모를 업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마크와 팀원들은 지나치다 싶게 넓은 공간에서 무엇인지 모를 업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미국 거대기업 루먼은 일과 삶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뇌에 칩을 이식하는 간단한 ‘단절(Severance)’ 시술을 통해서 누구나 회사 밖 자신과는 전혀 다른 자아를 가질 수 있다. 출근만 하면 바깥 기억은 사라지고, 새로운 자아는 직장 내 기억만 가진다. 집에 돌아오면 원래의 자아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었는지 전혀 모르는 식이다.

주인공 마크(애덤 스콧)는 ‘단절’ 시술을 받고 루먼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막 팀장이 됐고, 신입사원 헬리(브릿 로워)를 맞았다. 마크를 포함해 팀원은 4명. 사무공간은 기이하게도 넓다. 팀 이름은 메이크로데이터 정제팀. 무엇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②기억할 수 없다는 끔찍함

마크의 상사 코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회사에 절대 충성하며 마크를 철저히 감시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마크의 상사 코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회사에 절대 충성하며 마크를 철저히 감시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직장에 또 다른 자아가 산다면 행복할까. 마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직장에서 다쳐도 이유를 알 수 없다. 회사가 직장 밖 자아에게 거짓으로 사유를 알리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한다. 퇴근하면 회사 동료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단절’은 곧 소외와 외로움을 의미한다. 마크가 ‘단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아픈 기억을 직장에 있는 동안에라도 잊기 위해서다.

헬리는 골칫덩어리다. 퇴사하겠다며 매일 사고를 친다. 하지만 회사 밖 헬리의 자아는 퇴사를 완강히 거부한다. 마크와 팀원은 헬리를 적응시키는 과정에서 회사의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마크는 퇴근 후 자신의 직장동료였다는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마크의 직장 생활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③그 회사는 무얼 파는 곳이길래

마크와 팀원들은 미로 같은 회사 건물에서 뜻밖의 장면과 마주하곤 한다. 의문이 커질수록 그들의 직장 생활에 균열이 가해진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마크와 팀원들은 미로 같은 회사 건물에서 뜻밖의 장면과 마주하곤 한다. 의문이 커질수록 그들의 직장 생활에 균열이 가해진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드라마 속 주요 공간은 루먼 사옥이다. 마크와 팀원이 겪는 이상한 일들을 지켜보다 보면 물음표 하나가 점점 커진다. 루먼은 과연 어떤 상품을 만드는 회사일까. 예전에는 무엇을 만들어 세계적인 기업이 됐을까. 그들은 왜 말도 안 되는 업무를 마크 등에게 지시하며 보안에 온 신경을 쏟는 걸까. 마크 등이 회사에서 쓰는 모든 물건에는 루먼 마크가 찍혀 있다. 무엇이든 돈 되는 건 다 파는 회사라는 암시일까.

드라마는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우화다. 워라밸이 가능해졌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직원 정신까지 지배하는 기업의 악행을 드라마 속 허황된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뷰+포인트

코믹 연기로 유명한 배우 벤 스틸러 주도로 제작됐다. 스틸러는 9부 중 6부를 연출까지 했다. 영화 ‘쥬랜더’(2001)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등에서 보여줬던 연출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애덤 스콧과 퍼트리셔 아퀘트, 존 터투로, 크리스토퍼 워컨 등 출연자 면면이 화려하다. 직장과 집으로 자아를 분리할 수 있다는 설정, 이런 설정에서 비롯되는 스릴이 만만치 않은 재미를 빚어낸다. 마크를 둘러싼 깜짝 반전과 더불어 마크 팀원들의 직장 밖 실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 흥미롭다. 이달 초 시즌2 촬영에 들어갔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7%, 시청자 9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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