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3번 '약자' 7번… 윤 대통령 시정연설, 민생에 방점 찍었다

입력
2022.10.25 20:00
수정
2022.10.25 20:5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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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25일 국회 시정연설은 크게 '건전 재정'과 '약자 복지'라는 두 축으로 이뤄졌다. 전 세계적 고물가·고금리·강달러라는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회 약자에 대한 복지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전면 보이콧에도, 국회에 약자 복지를 뒷받침할 예산안 처리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제·민생 위한 재정건전성 강조

이날 18분 30초간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 현안을 해결할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고 했다. 취임 후 각종 연설에서 빠짐없이 거론해온 '자유' 대신, '경제'를 13번, '재정'을 12번, '약자'를 7번 언급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경제와 민생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금융 안정성과 실물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국제신인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국회뿐 아니라 우리 국민, 시장 참가자들, 해외투자자, 국제사회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책 의지를 천명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으며 사전 환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의 영접을 받으며 사전 환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제 어려울수록 약자 보호는 국가 기본 책무"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약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약자 복지 예산으로 △기초생활보장 지원에 18조7,000억 원 반영 △저임금·특수형태 근로자 및 예술인 등 27만8,000명 대상 사회보험 적용 확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7,000곳에 휴게시설 설치 △장애수당 인상 △한부모 자녀 양육지원 대상 중위소득 60%까지 확대 △청년 위한 주택 5만4,000호 신규 공급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전략산업과 과학 기술을 육성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1조 원 이상 투자 △양자 컴퓨팅·우주항공·인공지능·첨단바이오 산업에 4조9,000억 원 투자 등 미래 성장 예산을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핵 위협 등 안보 상황과 관련해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3,000억 원 투입 계획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이한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이한호기자


'협치' 대신 예산안 처리에 '국회 협력' 당부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통상 대통령이 국회보다는 야당을 향해 '협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 시정연설은 단순히 야당이 아니라 국회라는 입법부와 국민을 향해 하는 자리인 만큼 '협력'과 '협조'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항의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민주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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