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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자

입력
2022.10.26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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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물은 가장 문제적 분야가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지구 한편은 물이 말랐고, 다른 쪽은 물에 잠겼다. 강우 패턴의 교란이 심화하며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하는 일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물 기근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물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자 공공재'라는 인식도 흔들리고 있다.

물은 이미 경제재로 다뤄지고 있다. 석유와 반도체처럼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자원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에서부터 나타난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은 물을 금융상품으로 내놓았고, 국내서도 최초로 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물을 반도체보다 중요한 산업으로 해석한다. GW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물 시장규모는 8,034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반도체 매출액인 4,39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반도체에 이어 물은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물 경쟁도 가열 중이다. 세계 각국은 물 부족을 기회로 삼기 위해 물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민간과 시장의 힘을 모두 모아 수자원 이용의 혁신적 도약을 이루고, 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우리도 물의 가치변화를 인식하고 기업과 시장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물 산업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K-water는 정부와 함께 민간 주도의 혁신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개 이상의 제도로 창업부터 기술개발과 실증, 해외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민간의 성장사다리를 지원하고 있다. 물 산업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해 2025년까지 4,300억 원 규모의 물 산업 펀드도 조성 중이다. K-테스트베드 운영기관으로 인프라를 개방하여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술변화 등 시대 흐름에 부응하여 현재의 물 산업 개념을 재정립하는 중이다.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을 고려해 13개 사업으로 국한된 물 산업의 정의와 범위를 확장하고,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재설계하여 물 산업의 혁신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혁신의 힘을 높이면 물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모든 국민이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관리 역량으로 이어진다. K-water는 국민이 키운 대한민국 대표 물 전문 기업이다. 출범 이후 55년간 쌓아 올린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여 우리 기업이 세계 물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를 여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물 산업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로 역할을 다하겠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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