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흘린 정치인 눈물...민심 흔든 순간은?

입력
2022.10.24 18:10
수정
2022.10.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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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도 김대중도 박근혜도 피할 수 없던 눈물
타인의 아픔에 눈물 나야 민심 움직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재시도를 비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이 대표는 당사로 들어갈 때 손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여당은 "수사에 대한 두려움이자, 극단적 지지층을 자극하려는 신파일 뿐"(권성동 의원)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 김연주 시사평론가도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일반인의 눈물과 달리 정치인의 눈물은 그 자체로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며 "'그의 눈물'이 '그의 말'에 보태짐으로 인해, 그가 던지고자 했던 정치적 의미가 배가(倍加)되었을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평론가의 지적처럼 정치인이 공개된 장소에서 눈물 흘리면 그 '의미'가 각양각색으로 해석돼 왔다.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흘리면 민심이 동요하지만, 종종 '쇼 아니냐'는 의심도 따라온다.

'민심을 흔든 눈물'의 대표적인 사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눈물이다. 2002년 10월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한 개혁국민정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배우 문성근의 지지 연설을 듣고 노 전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지지율이 횡보세를 이어가던 때, 이 눈물이 반향을 일으키며 '노무현의 눈물'이란 제목의 CF로도 제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87년 9월 8일 광주 망월동 묘역을 방문해 5.18 영령 앞에서 통곡했다. 납치와 연금, 망명 등으로 광주민주화운동 후 7년 만에 광주를 찾은 때였다.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엉엉 울던 장면도 대중의 뇌리에 짙게 새겨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 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 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04년 총선,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사건을 맞았을 때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였다. 가장 잘 알려진 건 2014년 4월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문에서 보인 눈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담화 마지막 부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다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당시 이 눈물에 대해 '아픔에 공감하는 눈물', '정치적 쇼'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8월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보였다. "저에 대해서 '이XX 저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며 눈물을 흘린 그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분노의 의미가 가장 크다"라고 밝혔다.

최근 잦아지는 정치인의 눈물에 '민심을 흔드는 눈물은 타인을 위한 눈물'이라는 일침도 나온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이 전 대표의 눈물 회견 직후인 지난 8월 칼럼 "'눈물의 정치미학'...독설 정치인의 '말하면서 울기' 추하다"에서 "노무현은 들으면서 울었지만, 이재명은 말하면서 운다"며 "'말하면서 울기'가 특히 추해보이는 정치인 부류가 있다. 냉소와 독설, 비난, 야유를 입에 달고 살아온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대중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정치인은 타인으로 인해 울거나, 의연한 모습으로 사람을 울린다"며 대표적 사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물을 꼽았다. 김 전 대통령은 광주 망월동 묘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1992년 자신의 정계은퇴 선언 때는 당직자들의 눈물바다를 뒤로하면서도 울지 않았다.

김 평론가는 "대선 당시의 이재명 의원은 자신의 아픔이나 겁에 대해 말하면서 울었다. 이번 이 대표(이준석 전 대표)의 눈물도 이쪽 부류"라고 꼬집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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