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돌입한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한 이번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가장 이단적인 행보를 보인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세계 주요국에서 저금리와 금융완화가 장기화하며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리는 바람에 인플레이션 파고는 불가피해 보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만 해도 미국의 긴축 전환에 앞서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미리 올리는 선제적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갔을 정도이다.
▦ 주요국이 미국과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금리 낮추고 돈을 푼 만큼, 인플레 발생 상황도 엇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국내 물가가 미국 못지않게 역대급으로 치솟은 게 좋은 예다. 또 하나, 다들 금리 인상에 나서는데 어느 한 나라만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금리 역전이 빚어져 해당 국가에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이 급격히 금리인상 지역으로 역류(逆流)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
▦ 한은이 경기둔화나 가계부채 부담에도 두 차례나 ‘빅스텝’까지 단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세계 주요국이 미국과 동반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일본만은 마이너스 0.1%로 설정된 기준금리를 단 한 차례도 손대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일본은행 등은 물가보다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 활성화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실제 지난 9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에 불과했다. 미국(9.1%), 유럽(8.6%)은 물론 우리나라(5.6%)보다도 훨씬 낮다. 따라서 아직은 인플레 걱정 없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내수를 지원하고 엔저(円低)를 무기로 수출 신장도 꾀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한편으론 ‘돈 풀기’에 주력했던 10년간의 아베노믹스 여파로 GDP의 263%까지 급증한 국가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운 현실적 사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본의 ‘나 홀로 역주행’은 최근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고, 무역적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일본이 언제까지 버틸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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