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불안 엄습하는 연평·백령도 주민들

입력
2022.10.24 18:00
수정
2022.10.25 11: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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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군 포격 백령도까지 들리지 않아
최근 해상 완충지역 포격에 대기· 귀항 권고
2010년 연평도 포격 떠올리는 섬 주민들

지난 20일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의 모습. 뉴스1

지난 20일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의 모습. 뉴스1

잇따른 북한군의 서해 완충지역을 향한 포격에 이어, 24일 새벽 북한 화물선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까지 발생하자, 백령도 등 서해 북단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주민 자택 대기와 어선 귀항 권고가 빈번해지면서 남북관계 경색 때마다 북한 도발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14분쯤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발의 방사포를 발사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42분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서북쪽 약 27㎞ 해상에서 북한 화물선 1척이 서해 NLL을 3.3km까지 월선하자,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이 쏜 포탄은 다행히 우리 영해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NLL을 침범한 화물선은 북한군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무포호'로 식별됐다는 점에서 이날 충돌은 북한의 의도된 도발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날 서해는 풍랑주의보까지 발효되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백령도에서도 포성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북한군의 서해 NLL 도발 소식이 전해지자 섬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자체 사격훈련으로 추정되는 포성이 들려, 대피 준비령이 내려진 게 백령도 주민에게는 가장 최근이다. 홍군식 백령면장은 이날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고 해서 포성은 들리지 않았다"며 "새벽 시간이고 풍랑주의보도 내려 일부 꽃게 통발 어선만 해상에 있었고 (귀항 지시도)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이 잦아질수록 서해 북단 섬 주민들은 과거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북한군 포격으로 민간인과 해병대원 4명이 숨진 연평도 주민들은 최근 연이은 북한 포 사격에 12년 전 악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14일 북한군이 서해 완충구역을 향한 포 사격을 감행해, 연평도에선 주민들에게 자택 대기 권고가 내려졌다.

당시 해경은 군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파 받고 연평도뿐만 아니라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어선 130여 척을 귀항시켰다. 이후 지난 18일과 19일에도 북한군의 포 사격이 잇따르면서 연평도에선 한 차례 더 어선 귀항이 권고됐다. 섬 지역 주민들은 북한군의 도발이 섬을 향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박태원 연평도선주협회 통발협회장은 "어민들은 생업을 위해 바다로 나가면서도 또다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12년 전)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한 공무원이 대피소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한 공무원이 대피소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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