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유동규 휴대폰 폐기 종용"… 검찰, 증거인멸교사 기소 검토

입력
2022.10.24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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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압수수색 전날·당일 휴대폰 수차례 연락
정진상, 페이스타임 등 10번 이상 시도 2번 통화
김용 4번 통화 "입원하면 체포 않기로" 지시 정황
'휴대폰 폐기 지시' 안종범 전례… 기소 가능성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오전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제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종용으로 검찰 압수수색 직전 휴대폰을 창밖으로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 새로 개통한 휴대폰으로 통화한 내역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14일 휴대폰을 개통해 검찰이 압수수색한 29일까지 보름 동안 사용했다. 해당 휴대폰에는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포함 30여명의 연락처만 저장돼 있었다. 두 사람은 압수수색 전날과 당일 유 전 본부장과 집중적으로 연락했다. 유 전 본부장이 휴대폰을 창 밖으로 던지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도 정 실장이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정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은 '페이스타임(FaceTime)'을 이용해 총 8차례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9월 28일 오후 7시 50분쯤 유 전 본부장 발신으로 11초, 9월 29일 오전 8시쯤 정 실장 발신으로 7분 30초 가량 연결됐다. 나머지 통화의 경우, 정 실장이 먼저 연락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받지 못했다. 정 실장은 압수수색 당일 오전 5시쯤부터 유 전 본부장과 통화될 때까지 트위터로 3회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 실장이 휴대폰을 버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이 말하길 '정 실장이 검사장과 다 이야기됐고, 입원하면 체포하지 않기로 했으니 병원 가라'고 지시했다"고도 진술했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은 급성 복통이라며 검찰 출석을 미루고 응급실에 갔다가 결국 체포됐다.

김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과 9월 24일과 28일 총 6차례 서로 연락을 시도했다. 9월 24일 오후 8시 30분부터 30분간 김 부원장 발신으로 2분 18초, 유 전 본부장 발신으로 5분 51초, 김 부원장 발신으로 1분 20초 통화했다. 28일 오후 11시쯤엔 김 부원장 발신으로 페이스타임을 통해 5분 17초 통화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김 부원장이 당시 병원 입원을 지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야기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정수 당시 지검장은 "이들과 연락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부인했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은 "당시 대장동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돼 유 전 본부장에게 경위 확인이 필요해 통화하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내부에선 정 실장의 '휴대폰 폐기 종용' 의혹을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례가 거론된다. 안 전 수석은 검찰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강요' 수사 당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에게 허위진술과 휴대폰 폐기를 종용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기소됐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안 전 수석과의 통화내역 등이 담긴 휴대폰을 폐기했다. 유 전 본부장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면 정 실장 등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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