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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인데…담배 끊고, 조리 매연 줄여야

입력
2022.10.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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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에 걸리면 5년 생존율이 34.7%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독한' 암으로 꼽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암에 걸리면 5년 생존율이 34.7%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독한' 암으로 꼽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암이 유달리 많아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암 사망자는 8만2,688명이었다. 암 사망률(10만 명당)은 폐암(36.8명), 간암(20.0명), 대장암(17.5명), 위암(14.1명), 췌장암(13.5명) 순으로 폐암이 1위였다.

사망률이 남성은 폐암, 간암, 대장암 순으로 높았고, 여성은 폐암, 대장암, 췌장암 순이었다. 특히 여성의 암 사망률 1위가 폐암인 점이 주목된다.

게다가 폐암 5년 생존율은 34.7%로 다른 암보다 크게 떨어지는 데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이상에서 대부분 발견되면 8.9%로 뚝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흡연율이 훨씬 낮은 여성의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에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 늦게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담배 피우지 않는 여성 환자 늘어

폐암은 세포 크기ㆍ형태에 따라 ‘비소(非小)세포암(85%)’과 ‘소(小)세포암(15%)’으로 나뉜다. 비소세포암은 비(非)편평상피세포암(선암ㆍ대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으로 나뉜다. 편평상피세포암이 흡연과 관련이 깊다.

흡연은 폐암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이어서 85%를 차지한다. 담배를 피우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위험이 13배나 높다. 간접 흡연도 영향을 끼쳐 비흡연자보다 1.5~2배 높다.

최근 비흡연자 가운데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조리할 때 생기는 미세먼지 흡입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폐암은 대부분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 세포 형태와 발생 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 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반면 여성 폐암은 폐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간접 흡연과 관계가 깊다. 선암은 비소(非小)세포폐암에 속하는데,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므로 조기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환자의 대부분이 담배를 오래 피운 남성이지만 최근 전혀 흡연하지 않은 여성 폐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로 실제로 제가 수술하는 폐암 환자의 30~40%가 비흡연 여성 환자”라고 설명했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폐암 발생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며 “마스크를 쓰고 조리하거나 환기를 자주하면 폐암 등 폐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석면ㆍ비소ㆍ크롬 등의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성 유해 물질 등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폐암 가족력이 있어도 폐암 발생이 3배가량 높다.

◇흡연한다면 저선량 CT 검사해야

폐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 발견이 어렵다. 폐암 환자 중 5~15%만 증상이 없을 때 진단한다.

폐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각 증상으로는 기침ㆍ객혈ㆍ가슴 통증ㆍ호흡곤란 등이다. 또 성대 마비에 의한 쉰 목소리, 안면 또는 상지부종, 삼킴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흉곽 외 전이 증상으로 뇌 전이에 의한 두통과 신경 증상, 골 전이에 의한 골 통증과 병적 골절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특이적 증상으로 체중 감소, 식욕부진, 허약감, 권태, 피로 등이 생길 수 있다.

폐암 조기 진단법은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다.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줄인 것이어서 방사선 부작용이 적다. 폐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55세 이상 가운데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저선량 CT 검사를 권하고 있다.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금연하면 폐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5년째부터 위험이 줄기 시작해 15년 금연하면 1.5~2배로 낮아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폐암 발생 위험은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높다”고 설명했다.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폐암 발병 위험이 2, 3배로 높다. 보통 흉부 X선 촬영을 1차적으로 시행하지만, 종양이 작거나 간유리음영이라면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송승환 교수는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담배를 10년 이상 피웠다면 40세 이전부터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대한암학회는 45세 이상이면서 흡연력이 20갑년일 때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폐암 조기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폐암검진은 매일 한 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54~74세만 받을 수 있다. 본인 부담금 1만여 원만 내면 된다. 건강검진으로 폐암을 일찍 발견하면 수술이 가능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폐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비흡연자로 국가폐암검진을 확대해야 된다. 장기간 학교 급식소ㆍ구내식당 등에서 일하며 조리 연기에 노출된 여성에게도 폐암검진 혜택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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