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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축복식에 다녀오고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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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만 종교단체가 주최한 반려동물 축복식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전에 기사를 통해 반려동물 축복식이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대중화됐고 국내에서도 열린다고 소개한 적이 있지만,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 천주교가 개최하는 반려동물 축복식 정보는 대대적 홍보보다는 신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었다. 축복식이 교단 차원이 아닌 각 목사, 신부의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반려동물 축복식 모두 우연히 참석했다. 지난달 말 평소 관심 있던 집 근처 성당 홈페이지를 접속했는데, 반려동물 축복식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가톨릭 신자이며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지인에게 얘기하니 관심을 보였고, 함께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미사를 드린 후 성당 측에 참여방법을 묻자 신자가 아니어도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포털사이트에 반려동물 축복식을 검색하니 다른 서너 곳 성당에서도 이맘때 축복식이 열린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10월 4일이 동물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이탈리아의 한 지명)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이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성당에서도 이날을 전후해 축복식이 개최됨을 알 수 있었다.
2일 나의 두 반려견과 함께 참석한 축복식은 성경말씀을 함께 읽고 축복기도를 한 다음 주임신부가 돌아다니며 성수를 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중에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거북이까지 참석했다는 얘길 들었다. 10분 남짓 진행되는 동안 반려견 '가락이'는 새로운 사람과 친구들을 만나 신이 난 통에 조용히 시켜야 했고, '가람이'가 다른 개에게 으르렁거리진 않을지 노심초사해야 했다. 정신 없이 끝났지만 다녀온 후 가락이, 가람이에게 "너희는 축복받은 개"라고 말을 건넸다. 뭔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참석 경험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 정보를 찾던 중 기독교도 반려동물 축복식을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성공회대와 교회 세 곳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로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무지개 다리를 건넌 동물, 또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동물은 물건이나 사진을 가져오면 축복해준다고 했다.
3년 전 떠난 반려견 '꿀꿀이'가 떠올라 지나칠 수 없었다. 꿀꿀이 사진과 가락이 목줄, 가람이가 외출 때 착용하는 목 보호대를 가져갔다. 모인 이들은 자신의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동물과 입양한 동물, 아픈 동물, 학대당한 동물, 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우리는 동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는 설교에 공감이 갔다.
살아 있는 동물은 성직자로부터 각각 축복을 받을 수 있었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거나 당일 참석하지 못한 동물은 공동으로 축복을 받았다. 이름표를 미리 내지 못해 세 반려견을 위해 나중에 따로 축복을 받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축복식에 참가하면서 종교를 떠나 내 반려견, 나아가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함께한 시간은 따뜻한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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