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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재미 앞에 진지해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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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트위터에 내 거북목에 대한 가벼운 농담을 올린 적이 있었다. '제주도에 놀러갔는데, 공항에서 나를 먼저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너는 얼굴이 몸보다 먼저 몸에 도착하네?"' 이런 식의 슬픈 실화였다.
내 머리는 그때보다 더욱 급진적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이 트윗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마 평소에 휴대폰을 가까이 하고 스트레칭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일화였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트윗이 수천 번 공유되고 수십만 번 조회되면서 나는 관심을 끌고 싶다는 욕구를 넉넉히 충족했다. 그리고 그 트윗을 잊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내게 이런 개인 메시지가 날아오기 전까지는. "작가님, 작가님 트윗이 인스타에 도용되고 있어요." "예?" "인스타에서 작가님 트윗을 출처 표시도 없이 가져갔다고요."
알고 보니까, 인스타그램의 이른바 '웃긴 짤방'을 공유하는 계정에서 내 트윗을 그대로 가져간 것이었다. 내 계정 표시는 깔끔히 삭제되어 있었고, 출처는 '알 수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도용된 내 트윗을 이용해서 해당 계정은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어는 1만 명이 넘었다. 그 계정에는 그런 식으로 퍼온 수많은 웃긴 짤방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했다. 딱히 희귀한 경험도 아니다. 내 재치 있는 친구들도 다 한번쯤은 당해 보았으니.
이런 식의, 사이버 스캐빈저라고 할 만한 계정은 온갖 SNS와 커뮤니티에 득실거린다.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 검색창으로 들어가면, 알고리즘이 엄선한 온갖 '썰'과 '웃짤'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시간을 죽이기 딱 좋은, 즉각적인 재미를 주는 자료들. 그 썰과 웃짤을 직접 만들어 올리는 계정은 드물다. 그들은 지식재산권이라는 개념을 매우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들이 그저 세상에 웃음의 총량을 늘리고, 답답한 현대인의 생활에 단비 같은 즐거움을 주고자 웹을 떠돌며 재밌는 자료를 긁어모아 전파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자료 끝에 별 시답잖은 물건들의 광고가 붙어 있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니까. 그들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생산보다 유통이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당장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에는 SNS 팔로어 자체가 돈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팔로어가 많은 계정은 그 자체로 웃돈을 받고 팔리기도 하고, 팔로어가 많은 만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좋겠지. 그런 권력이 얼마나 쓸 데가 많겠나. 누군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어떤 의제에 대한 여론을 부정적으로 조금씩 밀어낼 수도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권력이 계정 운영자 본인이 아니라 웹의 수많은 사람이 만들고 쓴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스캐빈저들을 어찌 막겠나? 재미 앞에서 사람들은 무장해제되니까. 당장 재미있는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계정들이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지식재산권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우리 모두 일상의 작은 재미 때문에 그렇게 진지해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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