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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는 왜 강남에서 많이 나오나...국감서 쏟아진 '개천용' 줄어든 증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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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종반부를 맞았다. 올해도 여야 설전만 오간 맹탕 국감이라는 쓴소리가 나오지만 팍팍해진 대내외 여건을 짚은 각종 정부 자료들이 대거 공개됐다. 특히 우리나라 양극화가 더 심화, 고착화되고 있다는 수치가 줄줄이 소개됐다. 4일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이런 구조에서는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개천용' 감소를 우려한 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교육위 국감 첫 질의에서 "불평등 구조의 핵심에 사교육비가 존재한다"며 교육비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16년 18조606억 원에서 지난해 23조4,158억 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소득 구간별 사교육비 차이가 획기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다. 월소득 3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 평균 사교육비는 15만1,000원에서 14만8,000원으로 줄어든 반면, 7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는 22만2,000원에서 54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의원은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사교육과 교육기회 불균등으로 이어지고, 이게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고, 대학(학벌)이 다시 직업과 소득에 연계된다"고 주장했다.
'부모 지위와 자녀 학벌의 상관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국감자료는 차고 넘쳤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3년간(2020~22년)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소득구간별 재학생 현황'에 따르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로스쿨 학생 중 연 소득 1억2,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소득 9~10분위)이 3년 연속 40%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재학생의 고소득층 비율은 3년 내내 50%를 넘었다. 올해는 그 경향이 더 심해 서울대 로스쿨 학생의 고소득층 비율은 65%인 반면 저소득층(기초~소득 3분위) 비율은 15%에 그쳤다.
서울대 학부 신입생의 10명 중 1명이 서울 강남, 서초 출신이라는 점도 이번 국감에서 새로 밝혀졌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입학생 시도별 합격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 중 수도권 학생 비율은 2019년 61.8%, 2020년 63.7%, 2021년 63.4%에서 2022년 64.6%로 상승했다. 전체 고교생 중 수도권 출신 비율이 48.7%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타 지역보다 높은 셈이다. 특히 신입생 중 강남·서초구 출신 비율은 2018년부터 4년간 9%대를 오르내리다 올해 10.4%로 급증했다.
서울대 교수 자녀의 수시합격률이 일반 학생 합격률의 두 배에 달했다는 자료도 발표됐다. 서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교수 자녀의 서울대 합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대 교수 자녀가 수시에 지원한 184건 중 46건(25%)이 합격했다. 전체 지원자 평균 수시 합격률 14.6%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합격률은 2018학년도 11.5%에서 2022학년도 37.2%로 껑충 뛰었다. 반면 교수 자녀의 정시 합격률은 22%로, 전체 평균 25.9%보다 낮았다.
면접·서류가 정성 평가되는 수시모집 학생부종합평가전형(학종)은 특성상 학생 개인의 능력 외 외부요소가 평가에 개입될 우려가 있다. 학생의 역량이 아닌 학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비교과활동 등 특정 계층에만 유리한 활동은 학종 불신을 낳았다.
영재학교 합격자 10명 중 7명은 수도권, 5명 중 1명은 사교육과열지구 출신이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3학년도 영재학교 입학 예정자(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전국 8개 영재학교(경기과학고·광주과학고·대구과학고·대전과학고·서울과학고·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합격자 838명 중 66.5%는 수도권 지역 중학교 출신이다.
이 중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10개 자치구 출신이 334명으로 전체 서울·경기지역 출신 합격자(483명)의 69.2%에 달했다. △강남구(67명, 25.0%) △양천구(40명, 14.9%) △송파구(29명, 10.8%) △서초구(28명, 10.4%) △노원구(20명, 7.5%) 등 5개 자치구가 서울 출신 합격생(268명)의 68.7%, 전체 합격생의 22%를 차지했다.
아예 친인척이 임직원으로 근무하는 공공기관에 수십 명이 무더기로 채용된 사례도 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경북대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병원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이 87명에 달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5월 병원장 출신인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의대 편입학에 이른바 ‘아빠 찬스’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같은 기간 강원대병원 역시 임직원 친인척 중 채용된 인원이 35명에 달했다.
자식에게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거저 주는 경우도 늘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7~21년 연도별 연령대별 부동산(주택 및 빌딩) 증여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만3,043건이었던 증여건수는 2021년 8만4,665건으로 2.6배 증가했다. 증여금액은 5조3,637억원에서 24조2,204억원으로 무려 4.5배 급증했다. 건수와 금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특히 20, 30대가 증여받은 주택과 빌딩의 규모가 컸다. 지난 2017년 9,856건(1조8,906억 원)에서 2021년 3만5,302건(11조9,347억 원)으로 증여건수는 3.5배, 증여금액은 6.3배 증가해 전체 세대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10대 증여건수와 금액도 급증해 2017년에는 976건, 1,421억 원에서 2021년 3,439건, 8,411억 원으로 각각 3.5배, 5.9배 상승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에 금융소득 2,000만 원 이상을 번 미성년자는 2016년 893명에서 2020년 3,987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금액은 906억 원에서 7,108억 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미성년자 금융소득의 99.5%는 배당소득으로 대부분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이 대물림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이런 고질적인 상황을 '황금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라고 명명했다. OECD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사회가 명문대·정규직에 목매는 '황금 티켓 신드롬'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명문대 진학, 대기업이나 정부 취업 등 낮은 확률의 황금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 개인들이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대기업이나 정부에 취업하는 데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매우 큰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얻을 이익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한국은 교육 및 입시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첫 취업 문턱에 들어선 이후 계층이동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교육, 직업 훈련 전반을 왜곡시키면서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해법은 계층 이동의 칸막이를 줄이는 것이다. OECD는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은 사회보험 적용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각종 '시험의 영향력'을 줄여야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창업 교육을 포함한 다른 성공 경로를 많이 만들어 줘야 정규직과 명문대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어 황금 티켓에 대한 집착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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