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죽음 이어 떼출몰… '정어리 미스터리' 갈수록 커진다

입력
2022.10.21 08:02
수정
2022.10.21 09:3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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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도내 정어리 생산량 ‘0’
올해는 10년 치 생산량 한꺼번에 쏟아져 '의아'
산소 부족한데 움직이는 정어리만 폐사도 의문

지난 19일 오후 2시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40~50m 떨어진 바닷속에 거대한 정어리떼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해운대구 제공

지난 19일 오후 2시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40~50m 떨어진 바닷속에 거대한 정어리떼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해운대구 제공

경남 마산만과 진해만의 정어리떼 집단 폐사가 바닷속 산소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부산 인근 지역까지 정어리떼가 출몰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정어리떼 출몰, 왜?

20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40~50m 떨어진 지점에 거대한 정어리떼가 포착됐다. 수백미터에 달하는 정어리떼는 해안가 근처에서 띠를 이루며 계속 움직이다가 오후 5시쯤 자취를 감췄다. 지난 16일에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연안에서 정어리가 시커멓게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창원·고성·거제에 둘러싸인 진해만과 마산만에선 9월 이후 보름 넘게 정어리 폐사체가 떠올라 그 원인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그래픽= 송정근 기자

정어리 개체수 증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남의 경우 통계청 어업생산 동향조사 결과 지난해 정어리 생산량은 ‘0’이었으나 올해는 8월 기준 3,169톤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생산량을 더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정어리는 주로 연근해에 서식하는 난대성 어종으로 진해만이나 마산만과 같은 내만 또는 해수욕장과 같은 내안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 동부 연안과 제주 동부 해역에서 산란한 정어리 개체의 유입 증가를 출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연근해에서 서식하는 난대성 어종인 정어리가 태풍 등 외부요인으로 내만까지 밀려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경쟁 관계에 있는 멸치 생산량이 최근 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30%가량 줄면서 정어리가 급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2017년 일본 에이메대학은 해저에 쌓인 비늘로 일본 태평양 연안 어종 개체수 변동을 추정해 3,000년 동안 정어리와 멸치 풍흉 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1930년과 1990년에 정어리 등 청어과 생산량이 200만 톤을 기록했다”며 “60년을 주기로 본다면 2050년으로 예상된 정어리 급증 시기가 지구온난화로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빈산소수괴가 정어리만 표적 폐사?

수산과학원은 경남 창원시 마산만·진해만 일대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을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 냈다. 수심 4미터 부터 바닥까지 형성된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정어리의 호흡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홍남표(앞쪽) 창원시장이 지난 3일 정어리떼 집단 폐사체가 떠오른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를 둘러 보고 있다. 창원시 제공

홍남표(앞쪽) 창원시장이 지난 3일 정어리떼 집단 폐사체가 떠오른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를 둘러 보고 있다. 창원시 제공

하지만 정어리보다 용존 산소에 더 민감한 미더덕이나 움직이지 못하는 정착성 패류에선 피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정착성 패류인 굴·조개, 가두리 양식 어류, 유영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유생은 낮은 용존 산소로 죽을 수 있지만, 회피 능력이 뛰어난 정어리가 빈산소수괴로 대량 폐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며 “특히 닫혀 있는 호수나 강이라면 몰라도 열린 바다에선 마산만과 같이 순환이 안 좋은 해역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빈산소수괴로 발생한 피해 어종은 대부분 굴·홍합·멍게·미더덕 등의 수산양식물이다.

임현정 남동해수산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패류, 고둥류, 갑각류, 어류 순으로 산소 소비율이 많아지는데, 패류는 산소 요구량이 낮다”며 “게다가 폐사가 이뤄진 현장에는 패류 양식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어리떼를 장시간 관찰한 결과 산소 농도가 떨어져도 이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남해안에 정어리 포식자인 갈치 등이 많이 몰려온 상태라 빠져나가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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