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관리법, 농민들에게 도움 안 돼"…거부권 시사

입력
2022.1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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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입법 과정을 놓고 의견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안처리를 끝내 강행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출입 기자들과 가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어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며 “야당이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고 직격했다. 전날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여당과 정부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쌀의 과잉생산을 더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며 “이것은 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과정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언급은 그동안 국회나 당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거리를 그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당도 개정안을 '악법'으로 규정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쌀 농가에만 특혜를 주고 쌀 과잉생산으로 국가 전체가 1조 원 넘는 돈을 매년 부담하게 하면서 쌀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농민들의 몫을 빼앗아 가는 아주 나쁜 법”이라며 “(만약) 통과돼 시행될 경우 민주당이 농민들로부터 반드시 원성을 들을 악법이란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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