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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표시냐, 거리두기냐…나경원에 '늦은 보직' 준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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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집은 소금이나 설탕 따위의 양념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올린 양을 의미합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때로는 꼬집 하나에 음식 맛이 달라지듯, 이슈의 본질을 꿰뚫는 팩트 한 꼬집에 확 달라진 정치 분석을 보여드립니다.
'각별한 신뢰의 표현이냐, 미묘한 거리두기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중진 나경원 전 의원에게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 부위원장, 대외직명대사인 기후환경대사 임무를 연달아 맡겼다. 국민의힘 당권레이스가 서서히 가열되는 와중에 당권 주자인 나 전 의원이 '늦은 보직'을 받자 여의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나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서울총괄선대본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도우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임해왔다. 윤 대통령과 인연도 각별하다. 나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윤 대통령(79학번) 후배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남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윤 대통령과 가까워 종종 모임을 갖는 사이라고 전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학시절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 김 부장판사가 같은 모임에서 공부를 하며 친분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14일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일 기후환경대사 임명장을 받자 정치권이 "드디어 윤심(尹心)이 향했다"며 술렁인 이유도 그래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위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윤 대통령 관심 사안인 저출산 문제에 관한 범부처 계획을 심의하는 만만치 않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기후환경대사도 임기 1년의 비상근 자리이지만, 다음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에 대통령 특별사절로 참석하는 등 상징성이 만만치 않다.
이를 두고 나 전 의원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여성 중진 의원을 배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저출산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서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나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교통정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주호영·김기현·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나 전 의원 등은 유력 또는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레이스에서 빠지는 것이 친윤계 후보의 당선에 유리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이 눈에 보이게 작동할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이 보직을 맡겼는데 전당대회로 직행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바램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당권 도전에) 어떤 제한이 있지는 않다"며 당 대표 출마 의지를 접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나 전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도 향후 행보에 대해 "미래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장관 대신 다소 무게감이 덜한 비상근 직책으로 전당대회 교통정리를 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해석도 있다. 나 전 의원은 현 정부 초기 외교부, 복지부 등 내각 장관 하마평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는 4선 중진 출신인 데다 외교통일위·보건복지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 여러 상임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 비중이 17%(3명)에 그치는 상황에서 '여성 장관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도 강점이었다. 하지만 매번 낙점을 받지는 못했다. 재산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윤 대통령이 늘 막판에 주저한다는 전언도 들리고 있다. 서초동에선 내년 대법관 인사에서 나 전 의원 남편인 김 부장판사가 후보군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나 전 의원도 6월 대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대통령 취임식 때 좌석 한 자리도 받지 못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이처럼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거리두기 분위기가 이번 인선으로 귀결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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