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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썩는 기저귀·플라스틱 줄인 종이컵...K플라스틱, 친환경 속도 내는 유럽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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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장 6전시관. 세계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고무 박람회로 명성을 쌓아 온 'K 2022' 첫날 국내기업 롯데케미칼 전시 공간 한쪽 벽에 설치된 다채로운 색상의 둥근 물체에 세계 곳곳서 모인 화학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물체를 직접 만져 본 관람객이 "이게 정말 플라스틱인지"를 묻자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내장재와 가전제품 등에 두루 쓰이는 이 플라스틱은 ①재활용할 수 있는 원료로 만들어지고 ②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고 ③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능성에 초점을 두기에 바빴던 친환경 플라스틱에 제품 콘셉트에 맞는 색상과 질감까지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매력 요인으로 꼽는다. 이번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플라스틱은 선행 디자인(샘플)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역할을 합한 '디자이니어(Designeer)'들이 개발한 디자인 솔루션"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고급 소재를 쓰고 있다고 소개하는 제품들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기술 개발에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CES에 빗대 '화학계 CES'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바스프(BASF)와 듀퐁(Dupont), 랑세스(Lanxess) 등 세계적 화학사들을 포함해 60개 나라에서 3,000개 넘는 회사들이 참가했다.
70년 역사의 이 행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업성에 초점을 둔 전통적 '굴뚝산업' 기술과 상품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선 확 달라졌다. 참가 회사들이 너도나도 친환경 소재와 관련 신기술을 뽐내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2020년 3월 순환경제실행 계획을 발표한 유럽연합(EU)의 포장재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비중을 55%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등 제도 변화와 맞물린 현상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78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산업 시장은 2026년 435억 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뿐 아니라 SK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 LG화학, 효성화학 등 한국 기업들도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다. SK케미칼은 과거엔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은 아크릴로 만들었던 전시 공간을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 위에는 화학적 재활용 원료를 써서 제작한 '에코트리아(Ecotria)' 라인업을 전시했다.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웬만한 충격에서도 잘 깨지지 않는 재질로 만든 이 회사의 플라스틱은 몇몇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에코젠 프로'는 내충격성과 식기세척기 내구성을 향상시킨 소재로 운동용 물병이나 밀폐 용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SK지오센트릭은 자신들을 포함한 3개 회사가 전 세계 공급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고부가 화학소재 에틸렌 아크릴산(EAA)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회사가 소개한 EAA 코팅 종이컵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으로 코팅하는 일반 종이컵보다 코팅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양이 3분의 1 수준이다.
LG화학은 100% 바이오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기술을 소개하면서 지난해부터 생산에 들어간 '친환경 기저귀'도 함께 전시했다. 기저귀는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 기저귀를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생분해된다. 또 배터리 열폭주를 차단하는 고성능 단열재 '에어로젤' 등 차세대 소재 기술도 모습을 드러냈다. 효성화학은 올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시범 사업이 이뤄진 다회용 컵과 용기를 유럽 시장에 소개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3년 전에는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아이디어와 방향성이 담긴 시제품들이 많았다"며 "올해엔 상용화된 기술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별 친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소재 사용이 늘면서 기술 개발 속도전에 불이 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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