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 가서 실컷 보고 먹고 오세요" 롯데백화점, 매년 직원 200명 해외 보낸다

입력
2022.10.25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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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 대상 희망자 '인사이트 투어' 진행
10월 일본으로 출발…백화점·맛집 방문
해외 사례 참고…'점포 리뉴얼' 속도 낼 듯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20년 차 팀장부터 3년 차 막내까지, 회사에서만 얼굴을 봐왔던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이달 말 사무실을 벗어나 일본으로 '꿈의 출장'을 떠난다. 2박 3일 동안 일본의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과 주류를 맛보거나, 쇼핑을 즐기다 돌아올 예정이다. 보고서나 결과물은 따로 낼 필요가 없다.

롯데백화점이 분기마다 50명씩, 연간 총 200명의 임직원을 해외로 내보낸다. 해외 시장 조사 차원에서 전 직원이 여러 나라의 백화점, 맛집 등을 방문하는 해외 출장 제도 '인사이트 투어'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오래된 점포 리뉴얼에 힘을 쏟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리브랜딩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일본…8개 주제로 시장조사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리뉴얼된 남성해외패션관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리뉴얼된 남성해외패션관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첫 투어 예정지는 일본 도쿄로 6, 7명씩 총 8개조가 두 차례로 나뉘어 출발한다. 1차는 10월 26일, 2차는 11월 9일 가는데, 지원자들은 2박 3일 동안 현지 백화점과 관련 유통 채널들을 다양하게 체험한다. 향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까지 방문 대상 국가를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 출장은 해외사업 관련 부서에 한해 이뤄졌지만, 인사이트 투어는 상품 바이어(MD)뿐 아니라 본사 지원부서, 영업점 직원까지 누구나 신청만 하면 갈 수 있다. 이번 투어에서는 직원들이 희망하는 64개의 주제 중 남성패션, 키즈, 라이프스타일, 식품 등 총 8개를 뽑아 팀을 꾸렸다.

남성패션 주제를 배정받은 조는 도쿄 한큐백화점의 남성전문관 '한큐 맨즈'와 이세탄 백화점의 남성관 등을 찾는다. 최근 국내에서 큰손으로 거듭난 남성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상품기획 아이디어를 찾는 게 목표다. 또 다른 팀은 일본의 여러 하이엔드 다이닝 레스토랑을 가서 주류 페어링(음식과 잘 어울리는 주류 서비스) 체험을 진행한다.

다만 보고서를 쓸 의무는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첫 시행부터 지원 열기가 뜨거웠다"며 "그래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리뉴얼이나 신사업 등에 적용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준호 대표의 파격 지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이 동료 직원들에게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 알려주는 '사부의 클래스' 진행 모습.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는 디저트 바이어가 동료들에게 '홈카페 디저트 만들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이 동료 직원들에게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 알려주는 '사부의 클래스' 진행 모습.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는 디저트 바이어가 동료들에게 '홈카페 디저트 만들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인사이트 투어는 모든 직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소신에 따라 기획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8대 점포 리브랜딩' 전략을 세우고 점포를 단계적으로 손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도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감각과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이다.

3월부터는 '모든 곳이 나의 사무실(everywhere is my office)'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전 직원은 사무실을 벗어나 유명 전시회나 맛집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외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이 동료 직원에게 본인의 전문 분야를 알려주는 '사부의 클래스'를 진행하고, 전 임직원의 임금 인상 등 복지제도 개선도 정 대표가 취임 후 추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직원이 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아트 콘텐츠를 강화하고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프로젝트의 성과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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