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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나온 여당

입력
2022.10.2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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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9일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 참석한 가운데 나경원(왼쪽) 당협위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9일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 참석한 가운데 나경원(왼쪽) 당협위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에게 탈당을 주문할 생각이 있나.”

앞선 13일 대구서 열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기자간담회 도중 나온 질문이다. 정 위원장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흘려 넘기기엔 분위기가 심상찮다.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탈당 얘기가 나온 건 한참 됐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이르면 내년 초쯤 당에서 공개적으로 탈당 요구를 하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고들 한다.

계산은 간단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높은 당 지지율까지 잠식할지도, 여당이 심판론에 직면할지도 모른단다. 한 중진 의원은 “모든 의원의 최대 목표는 다음 선거 당선이다. 2023년 4월 재ㆍ보궐선거에서 패한다면,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초ㆍ재선 의원이 먼저 깃발을 들 수 있다”며 “정치는 원래 비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권에선 대선 승리 1년 차가 아니라 패배 1년 차 같다는 자조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역동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탄한다. 앞으로는 여소야대 국회를 탓하지만, 뒤로는 용산 대통령실을 원망한다. 국정 비전 제시는커녕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어 보이냐고 되레 반문한다. 한 여권 인사는 “윤 정권 1년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이준석 전 대표 찍어내기’만 기억될 것 같다”고 고개를 젓는다.

여권에선 “지금은 각자도생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당권 주자만 10명 가까이 되는데, 전당대회를 재보선 이후로 미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차출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등 중구난방이다. 하나같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할 뿐,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스스로 발광체가 되기보단 ‘윤심’에 줄 서서, 북핵 위기에 편승해,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서 반사이익을 얻는 반사체가 되려는 듯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중도ㆍ무당층 복원이 시급한데 하릴없다는 듯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집토끼’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주대토’식 정치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대통령 당적은 사실 일반 시민들에겐 와 닿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의 외연이 좁아지면 민생이 위태로워진다.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에 빠지기 때문이다. 당장 물가ㆍ주가ㆍ환율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인데 경제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직 사회가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건 윤 대통령의 최근 일정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현장 일정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늘었는데, 메시지는 오히려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ㆍ환율 폭등의 후폭풍은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본다. 중소ㆍ중견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을 우려한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여권이 각자도생에 몰두한다면 민생은 누가 돌보나. 한 정치 원로는 “지금 여당이 한가하게 ‘집토끼’ 몰이나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의원 한 명 한 명이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운영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이 개개의 헌법기관으로서 정권 운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민의힘에는 아직 115명의 국회의원이 남아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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