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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없이, 스마트폰에 갇힌 도시

입력
2022.10.19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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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을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코스모스와 단풍으로 물든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주말이면 들로 산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흥겹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생했으며 자연과 벗 삼는 존재임을 이러한 본능적인 즐거움에서 재발견하게 된다.

아파트에 살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자연을 즐기는 마음과 통하는 것이다. 여행 중 호텔을 예약할 때 풍광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이유도 자연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가치 척도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공유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집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외부로부터의 보호라는 기본 기능에 더하여 창문과 베란다, 발코니 등을 이용해서 외부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삶을 추구하였다. 자연과 순응하는 인간의 지극한 생태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삶을 향한 건축적 삶의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발코니는 폐쇄적이며 수직적으로 변한 아파트 공간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되는 공간이다. 발코니를 통해 이웃이나 거리 시민과 소통하고 휴식도 취하며 필요한 활동을 한다. 길에서 본다면 아파트 건물과 외부가 단절되지 않고 다소 열려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이다. 길을 걷는 시민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이 발코니 공간을 디자인적으로 잘 해석하면 건물의 외관을 다양한 입면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시각적, 공공적으로 나아가 환경적으로 건강한 요소가 되어줄 수 있으며 실제로 선진국 어디에도 발코니가 없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주거환경은 '과연 외부와의 소통에 자연스러운가?'라는 반문을 갖게 한다. 발코니가 사라진 아파트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 주거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발코니가 사라졌다. 발코니가 사라진 것은 1988년 법제화에 따라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가 만들어지면서 가속화됐다. 이 현상은 주거문화의 기준이 '삶과 공공성의 가치'와 '경제성의 가치' 사이에서 어디로 향하는가에 근거했다고 생각한다.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의 등장은 경제성을 중심으로 1.5평에서 3평 남짓의 평수를 더 늘리기 위한 경제적 가치를 보다 중히 여긴 결과물이다. 물론, 발코니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겨울철 냉난방과 관리 문제를 들면서 차라리 발코니 없이 내부수납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겠다. 하지만 발코니의 공공가치적 의미는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우리 도시의 거리를 '차단된 도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체계는 걷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없앴고 삭막한 고층 빌딩과 아파트는 안과 밖을 소통할 수 없는 벽으로 차단했다. 사람들이 유일하게 들여다보는 소통의 창구는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밖에 없는 세상의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 도시는 그래서 스마트폰에 갇힌 '차단된 도시'이다.

공공디자인의 완성은 행정과 시민의 공동 노력과 이해를 통해 가능하다.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나의 재산권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마을과 공동체의 가치에서 본다면 공유가치를 통해 보다 좋은 마을 만들기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행정은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 도시주거문화가 바람직한 공생의 자연친화형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도시풍경을 만끽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이젠 우리 도시 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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