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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가무단원에 스포트라이트… '중심' 바꾼 뮤지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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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배우 단원을 보유한 국내 대표적 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과 서울예술단이 최근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서울시뮤지컬단은 1960년대 '살짜기 옵서예'를 만든 예그린악단의 명맥을 이어받은 단체다. 뮤지컬 배우 이혜경, 김법래, 고영빈 등이 이곳 출신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연령대가 높은 단원들이 많다. 뮤지컬 '다시, 봄'은 이러한 단원들의 특성을 담아낸 맞춤형 공연이다. 창작진과 배우가 공동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방식으로 50대 여성 단원이 주축이 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모처럼 친구들과 나들이를 떠난 50대 여성들이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 머문 이들이 이승으로 돌아가려면 저승사자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 여성들은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또 현재의 자신을 이야기한다.
뮤지컬 '다시, 봄'은 중년 여성들이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레뷔 뮤지컬이다. 여성이란 이유로, 어머니란 이유로 늘 뒷전에 물러서고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50대 여성들이 주인공이 돼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한 명씩 차례로 자신의 삶을 풀어낼 때마다 친구로 등장했던 여성들은 이야기 속 남편이나 아들, 딸 역할로 활약하며 주인공을 빛나게 한다.
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해 온 주인공들은 "이젠 엄마의 인생을 찾아"라는 자녀의 말에 서운함을 느낀다. 또 엄마 없이는 냄비 하나, 양말 하나 찾지 못하는 가족들, 평생 근무한 회사에서 나이든 여성이라고 내몰리게 된 일, 기억력 감퇴와 안면홍조 같은 갱년기 증상 등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또래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다. 50대 여성들이 펼쳐내는 진솔한 이야기는 객석에도 그대로 전해져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동년배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중년이 된 여성을 누이나 어머니로 둔 이라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시, 봄'은 인생 2모작 시대에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중년 여성들의 희망찬 꿈으로 막을 내린다.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뮤지컬이 많지 않은 공연계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서울예술단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대형 문화 공연의 필요성에 따라 1986년 설립된 단체다. 이후 우리 식의 가무극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2000년대 이후에는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윤동주, 달을 쏘다' 등 우수한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이 그동안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던 중년 단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서울예술단의 '잠시 놀다'는 가무단원에게 판을 깔아준 작품이다. 서울예술단 단원은 뮤지컬 단원과 가무단원으로 나뉘는데 뮤지컬을 주로 제작하다 보니 가무단원은 관심에서 벗어나 앙상블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잠시 놀다'는 가무단원을 주축으로 지금까지 서울예술단이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무용 위주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잠시 놀다'는 소설 '구운몽'을 모티브로 한 작품의 세계관을 무대 위의 움직임과 음악으로 펼쳐놓는다. 안무와 연출은 현대무용가 안애순이, 음악은 일렉트릭 듀오 해파리가 맡았으며 권오상의 설치예술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를 긴 런웨이처럼 만들고 LED 영상을 무대로 삼아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해파리의 세련된 음악에 어우러진 다양한 댄스는 마치 '구운몽'의 성진이 꿈꿨던 천상계로 관객을 안내하는 듯했다. 그곳에서의 한바탕 꿈이 무대로 구현돼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줬다.
'잠시 놀다'는 서울예술단의 이전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실험적 작품이다. 단지 서울예술단이 현대무용에 가까운 이번 공연을 단체의 새로운 스타일로 삼고자 한다면 정체성 문제가 걸린다. 또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중성 극복 역시 이번 실험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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