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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보약' 무주 청정 고랭지에서 자란 천마

입력
2022.10.24 05:00
19면

[우리 고장 특산물] <40> 무주 천마
지난해 전국 천마 생산량의 60%가 무주
4월·10월 두번 심고 1년 6개월 걸려 수확
8곳에서 천마 가공상품 100여개 생산도
"고혈압과 혈액순환에 효능… 귀한 대접"

수확한 천마는 고구마 크기로 모양은 굼벵이 큰 것처럼 생겼다. 천마사업단 제공

수확한 천마는 고구마 크기로 모양은 굼벵이 큰 것처럼 생겼다. 천마사업단 제공

"산삼은 나눠줘도 천마(天麻)는 못 나눠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마는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늘이 내린 보약'으로 불리는 천마는 고혈압과 혈액순환에 효능이 있는 약용작물이다.

'동의보감'에는 중풍치료와 뇌혈관 계통에 효능이 있고, '본초강목'에도 냉증이나 마비증에 천마가 좋다고 기록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에서 천마 성분을 분석한 결과, 빈혈과 뇌경색 등에 좋은 ‘가스트로딘’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폐암 등에 효과가 있는 ‘바닐리 알코올’과 노화를 억제하는 ‘에르고티오닌’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뽕나무버섯과 공생하는 희귀식물인 천마는 병충해는 없지만 온도와 습도, 햇빛, 토양 등 성장 조건이 까다롭다. 재배가 힘들고 파종량의 50% 정도만 살아남는다. 국내에서 천마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은 전북 무주군이다. 무주는 연평균 11.3도, 한여름에도 평균 20도를 넘지 않는 고랭지다. 전국 천마 재배 면적의 50%(62.7ha)가 분포해 있으며 지난해 180여 톤(전국 생산량의 60%)을 생산했다.

박정옥 무주천마농장 대표가 비가림하우스에 지난 4월에 심은 자마(천마 종자)를 살펴보고 있다. 최수학 기자

박정옥 무주천마농장 대표가 비가림하우스에 지난 4월에 심은 자마(천마 종자)를 살펴보고 있다. 최수학 기자

천마는 전 세계에 25종이 분포하는 난초과 식물이다. 버섯균에 붙어 기생해 성장하며 굼벵이 성체와 유사하다. 손에 잡히는 고구마 만한 크기일 때 캐낸다. 천마는 4월과 10월 두 차례 심고 보통 1년 6개월 후에 수확한다. 생육 기간 동안 한 달 정도만 밖에서 볼 수 있다. 천마를 재배하려면 참나무와 천마종균, 자마(천마 종자)가 필요하다.

무주에서도 안성면이 천마 재배 최적지

지난 13일 안성면 공진리 무주 천마농장을 찾았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고향에 내려와 15년 전부터 천마 농사를 짓고 있는 박정옥(59) 대표는 "무주군에서 천마를 특용작물로 장려하고 주위에서도 권해 재배를 시작했는데 수익이 괜찮아 지금은 9,900㎡(3,000평)로 확장했다"면서 "100%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농약을 주지 않고, 풀이 자라도 오히려 천마밭을 시원하게 만들기 때문에 뽑을 필요가 없어 일손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다만 한여름에도 기온을 25도 이하로 유지하고 물빠짐이 잘되게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며 "연작 장해로 한번 수확하고 나면 식재 전 땅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덧붙였다.

천마가공업체인 무주군 안성면 약초영농조합 직원들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최수학 기자

천마가공업체인 무주군 안성면 약초영농조합 직원들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최수학 기자

무주 내에서도 안성면은 해발 400~600m 내외의 산악지형과 고랭지, 마사토 등 천마 재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 천마재배는 1992년 강원도에서 종마를 가져와 38명의 작목반으로 시작, 30년이 지난 지금은 320여 농가가 재배하고 있다. 쌀이나 사과 등 다른 농사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들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무주군 농업기술센터 이장원 연구개발팀장은 "난초과인 천마는 마와는 전혀 다른 식물인데 일반인들은 같은 작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로 2018년부터 생산량이 줄거나 들쑥날쑥해 우량 자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수확한 천마를 크기별로 선별해 박스에 담고 있다. 천마사업단 제공

농민들이 수확한 천마를 크기별로 선별해 박스에 담고 있다. 천마사업단 제공


천마 가공상품으로 지난해 100억 수입

2000년 초부터 천마 가공업체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8곳에서 100여 종의 천마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벌어들인 수익만 지난해 100억 원이다. 천마를 지역전략식품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무주군의 집중 투자로 무주천마는 2007년 지역별 농식품산업 육성지원 품목 선정을 시작으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공모 향토산업육성 대상에 뽑혔다. 2013년에는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마쳤고, 2019년에는 전북도 연구개발 특화작목으로 선정돼 우수성과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천마산업이 본격적인 안전성과 전문성을 갖춘 계기는 '무주천마사업단'의 등장이다. 무주군은 2011년 제품개발과 생산, 유통, 지원, 홍보를 위해 천마사업단을 설립했다. 천마사업단은 지리적표시제 확보와 가공품 개발, 가공시설 구축, 통합 홍보, 문화관광연계 등을 통해 천마 대중화와 상품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주군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재배 성공률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무주천마사업단이 천마를 이용해 개발한 상품들. 천마사업단 제공

무주천마사업단이 천마를 이용해 개발한 상품들. 천마사업단 제공

특히 천마사업단은 생천마와 엑기스, 환, 액상추출차 등 단순 제품에서 벗어나 ‘천홍록’, ‘무주천마12곡 미숫가루’, ‘오!곡 누룽지’, ‘천마쌍화정’, ‘천마수’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는 천마를 처음 접한 소비자와 천마 고유의 맛에 어느 정도 익숙한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상품들로, 지역 소득증대에 이바지하고 있다.

무주농협 직원들이 지난 17일 천마를 수매하고 있다. 천마사업단 제공

무주농협 직원들이 지난 17일 천마를 수매하고 있다. 천마사업단 제공

수확기를 맞아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무주농협에선 천마를 수매하고 있다. 판매촉진을 위해 오는 29일 안성면 체육공원에서 천마품평회 행사도 개최한다.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이전처럼 '천마축제'도 다시 열 계획이다. 천마사업단 고미숙 사무국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최상품을 ㎏당 2만3,000원에 수매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혹서, 한파, 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예방과 재배기간 단축을 위해 시설재배(비가림 하우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주= 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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