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같은 생수인데 페트병 무게 25g 차이... 포장재 무게 기준 만든다

입력
2022.10.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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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용역보고서 살펴보니
생수병·샴푸용기·화장품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량 제품별 큰 차이
"무게 제한 입법하고 기준 만들 것"

다양한 용량의 페트병과 유리병이 바닥에 놓여 있다. 같은 양의 생수를 담지만 저마다 무게가 다르며, 크게는 25g이나 차이가 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양한 용량의 페트병과 유리병이 바닥에 놓여 있다. 같은 양의 생수를 담지만 저마다 무게가 다르며, 크게는 25g이나 차이가 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같은 용량의 생수도 업체에 따라 페트병 무게가 25g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 특성 탓에 포장이 달라진다’는 업계 반발과 달리, 제품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도 포장재 무게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19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탈플라스틱 이행을 위한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연구’ 용역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연구는 한국포장기술사회가 수행했다.

지난해 환경부는 제품과 포장재의 ‘무게 비율’을 기준으로 포장재 사용량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품에 비해 포장재를 너무 크게 만들어 불필요한 폐기물을 양산하는 데 대한 조치다. 이 보고서는 입법 후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는 기초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기존에도 제품별로 ‘부피’가 너무 큰 포장재를 쓰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 있다. 그러나 '부피' 기준 자체도 느슨한 데다 부피는 내버려 둔 채 두께를 늘려, 화장품 용기 두께가 3㎝에 이르는 등 플라스틱 과다사용 문제가 심각(▶클릭이 되지 않으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2319360002395로 검색)하다. 또 제품에 포장재를 압착시키는 '블리스터 포장'은 규제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화장품 용기를 잘라서 두께를 확인했더니 3겹으로 두께가 2.9㎝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화장품 용기를 잘라서 두께를 확인했더니 3겹으로 두께가 2.9㎝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블리스터 포장'을 한 장난감들. 실제 제품에 비해 포장이 훨씬 크지만, 포장이 제품에 붙어 있어 '부피(공간)'를 기준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블리스터 포장'을 한 장난감들. 실제 제품에 비해 포장이 훨씬 크지만, 포장이 제품에 붙어 있어 '부피(공간)'를 기준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연구에서는 시중 제품의 포장 무게 비율을 조사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국내 기업 제품을 포장재 재질별(유리병·페트병 등)로 나누고, 내용물과 포장재 무게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예컨대 페트병을 쓰는 1,000㎖짜리 생수의 빈 병 무게가 20g이라면, 포장 무게 비율은 2%다.

조사 결과, 생수 페트병(상압병)은 제품에 따라 무게 비율이 7.26%포인트나 차이 났다. A제품은 600㎖ 용량 생수병에 무게 8.6g짜리 페트병(무게 비율 1.4%)을 썼는데, B제품은 무게 230㎖ 용량 생수병에 무게 20g짜리 병(무게 비율 8.6%)을 썼다. 370㎖나 더 적은 생수를 담으면서도 플라스틱은 11.4g이나 더 많이 쓴 것이다.

같은 500㎖ 생수 제품도 C제품은 페트병 11.2g(무게 비율 2.24%)을 썼지만, D제품은 36g(무게 비율 7.2%)을 썼다. 24.8g이나 차이 난다.


생수병의 용량과 빈 용기 무게를 점으로 표시한 표. 같은 500㎖ 생수도 무게가 크게 다르다. 보고서 캡처

생수병의 용량과 빈 용기 무게를 점으로 표시한 표. 같은 500㎖ 생수도 무게가 크게 다르다. 보고서 캡처

주스류에 사용하는 페트병(내열병)은 포장 무게 비율이 최대 17.2%, 최소 1.4%로 15.8%포인트 차이 났다. 샴푸나 린스에 쓰이는 페트병(장기 사용병) 역시 최대 12.0%, 최소 6.4%로 5.6%포인트 차이 났다. 화장품·로션에 쓰는 플라스틱(PE) 용기는 최대 32.0%, 최소 9.0%로 23.0%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소비재 기업의 과대포장에 대한 인식 조사도 담겼다. 기업 16곳의 포장개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식품 업체 13곳, 화장품 업체 1곳, 포장재 제조사 1곳, 유통업체 1곳이 포함됐다.

이 중 12곳(75%)이 "과대포장이 있다"고 답했고, 관련 규제가 필요한지 묻자 9곳(56%)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4곳(25%)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입법이 된 후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기준을 정비해 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경기 부천시 자원순환센터에 생활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9월 경기 부천시 자원순환센터에 생활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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