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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시그널'에 플랫폼 규제 속도 낸다... 특별법 대신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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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았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박차를 가한다. 다만 새 특별법을 만들어 규제 강도를 높이기보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빈틈없이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정부 방침이 바뀐 것이다.
18일 정부와 학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초부터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작업은 카카오 사태 전까지 교착 상태였다. 심사지침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카카오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한해 적용하는 기준이다.
공정위는 "1월 행정 예고 이후 수렴한 관계부처와 이해당사자 간 이견을 조율하느라 제정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자율 규제' 원칙을 천명하면서 지침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졌다는 게 공정위 주변의 해석이다.
카카오 사태는 예기치 않은 반전의 계기가 됐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17일 출근길에 윤 대통령이 “독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원론 수준이나마 규제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기색이다. 18일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의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당국이 조사ㆍ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심사지침 제정은 제도 개선 차원인데 박차를 가해 가급적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침의 핵심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 부당 행위 유형 4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입점 업체의 경쟁 플랫폼 입점을 막는 행위다. 2020년 부동산정보업체와 계약하며 자사에 제공한 매물 정보를 카카오 등 다른 플랫폼에 주지 말라는 조건을 붙인 ‘네이버 부동산’의 행위가 공정위가 소개한 대표 사례다.
△‘최혜 대우 요구’는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ㆍ서비스를 판매하라고 입점 업체에 강요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다. 자사가 시행 중인 ‘최저가 보장제’를 어긴 배달 음식점에 심하면 계약 해지까지 요구한 2020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자사 우대’는 자사 상품ㆍ서비스에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 행위로 정의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몰아준 의혹에 최근 공정위가 적용한 혐의가 자사 우대다. △‘끼워팔기’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ㆍ서비스에 다른 것을 더해 파는 행위다. 끼워팔기 외 나머지 3가지 행위 유형의 개념과 위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 지침이 처음이다.
지침 제정 재추진은 윤 정부로서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자율 규제만 고집하다 여론 역풍이 거세지면 문재인 정부가 만들려다 못 만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을 입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막기 위해 마련된 온플법은 현행법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규제 조항이 포함된 특별법이다.
박준영 서울대 법학연구소 경쟁법센터 객원연구원은 최근 논문에서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문제를 특별법 대신 기존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으로 다루겠다는 경쟁당국의 의지를 표방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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