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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친일국방론'

입력
2022.10.19 00:00
26면

역사·안보 엄격분리는 대일전략 기본
김대중·문재인 정권도 대일 안보협력
실사구시 관점의 안보정책 추진해야

동해에서 6일 펼쳐진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 미국 국방부 제공.

동해에서 6일 펼쳐진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 미국 국방부 제공.

동해 공해상의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을 놓고 여야 정치인 사이에서 때 아닌 '친일 국방론'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먼저 불을 놓은 건 야당 정치인들이다. 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국방"이며 "우리 국민이 용인할 수 없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침투하고 욱일승천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여당 정치인들은 "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자유 연대의 군사 훈련을 트집 잡는 저의는 뭔가"라고 반문하며, "한반도에 인공기가 걸려도 되는 것이냐, 경계해야 할 것은 친일이 아니라 친북이다"라고 응수했다.

국방을 둘러싼 이러한 여야 정치인 간의 다툼은 자칫 잘못하면 안보문제를, 합리적 정책논쟁이 아니라 지지층 결집과 당파적 이익을 겨냥한 진영싸움의 소재로 전락시킬 수 있다. 생존이 걸린 안보사안을 친일-종북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안보와 국익을 고려하는 정책논쟁이라기보다는 국민에게 혼란과 좌절을 안겨주는 당리당략이기에 안타깝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북한은 최근 핵 무력의 선제적 사용을 법제화하고 연쇄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여 한반도 안보정세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제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이어, 한층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우리가 처해 있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안보 논의에 정쟁과 이념싸움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는 오로지 현실주의 안보정책 논리로 따지고 풀어가야 한다.

이번 훈련은 따지고 보면 특이한 돌출행위가 아니라 종래의 합의와 관행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즉,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0월 한미일 국방장관은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정보공유 및 연합훈련 비행을 포함해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을 합동으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과의 안보 대화 교류 및 협력에 합의한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에 의한 파트너십 선언 때이다. 이 당시 선언과 동시에 채택된 액션 플랜은 5개 분야 43개 항목으로 되어 있는데, 두 번째 분야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을 위한 협력 분야이며 여기에는 한일 간 안보 공조 및 안보협력 등 9개 항목이 포함되었다.

철통 같은 한미 군사동맹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주일미군의 존재이다. 유엔사 후방 기지라는 이름으로 일본 내 7곳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이 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공조협력은 필수적이며, 일본의 후방지원, 병참 물자의 제공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참전과 미군의 작전에 일본의 후방지원과 병참 역할이 긴요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본 자위대가 보유한 군사 능력을 공유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지스함, 첩보위성, 해상초계기를 활용한 미사일 등의 군사 동향 탐지와 식별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일 자위대의 대잠수함전 능력과 해상에서의 기뢰부설 및 소해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엄격하게 분리해서 다루는 것은 대일 전략의 기본이다. 과거사, 안보 문제를 투 트랙 접근으로 다뤄 온 전통은 보수정권뿐만 아니라 진보정권 때에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원칙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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