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토록 정쟁 일색의 국감도 보기 드물다. 경제 위기가 세계를 뒤덮고 북한의 도발이 거세지는 상황에 국회는 더 꼼꼼히 국정을 들여다보고 정부를 다그쳐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감장은 온통 여야 다툼뿐이니 한심스럽고 불안할 뿐이다.
그간 국감은 감사원의 편향적 감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혐의와 수사, 김건희 여사 의혹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극우 발언 등 정치적 쟁점 위주로 진행되며 여야가 서로 흠집 내기에 급급했다. 정쟁의 와중에 국감 본연의 목표인 정부 견제와 감시는 뒷전에 밀리고 말았다.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놓고 친일 공방이 불붙으면서 현무 추락과 에이태큼스 발사 실패와 같은 중요한 군 방위력 이슈는 슬쩍 묻혔다. 정부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비속어-언론탄압 공방 속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경제위기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건설적인 정책 공방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 측 증인은 답변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여야가 싸움만 하는 국감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안보·경제 위기는 시시각각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 발사로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오히려 “남측 포 사격에 대한 대응조치”라는 적반하장 입장을 발표했다. 치솟는 금리와 환율을 지켜보면서도 부채 부담과 무역수지 악화라는 딜레마적 상황에 똑 부러지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 때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때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위기에 대처하는 실력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 또한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기 바란다. 남은 국감 기간이나마 소모적 정쟁을 그치고 정부를 감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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