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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 같이 쓰는 데이터센터인데 왜 카카오만 무너졌나…"화재 예상 못했다"

입력
2022.10.16 14:03
수정
2022.10.16 22:5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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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0시간 넘게 서비스 '올 스톱'
데이터 백업·전산망 이원화 부실 비판
총체적 부실 대응에 소비자 분통

카카오가 제공하는 대표 서비스들이 15일 발생한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약 10시간 동안 중단됐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가 제공하는 대표 서비스들이 15일 발생한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약 10시간 동안 중단됐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 사상 최악의 서비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측의 부실한 대응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가 함께 쓰고 있지만, 유독 카카오만 모든 서비스 기능이 멈추면서 '재난 대응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장애 대응에 대한 카카오 측의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화재가 발생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밝혔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대규모 통신망 장애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화재 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네·카 함께 쓰는데…카카오만 먹통된 이유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16일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16일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카카오T·카카오뱅크·카카오맵 등 모든 서비스가 10시간가량 중단됐다. 일부 서비스는 복구됐지만 완전한 서비스 재개는 정확한 시점조차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반면 같은 데이터센터를 사용하는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등 일부 서비스 접속이 지연되는 정도의 문제만 발생했을 뿐 수 시간 내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면서 대비를 이뤘다.

업계는 두 회사의 '사전 재난·장애 대응 시스템' 차이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 재난·장애 대응 시스템은 ①데이터 사전 백업(복사) ②데이터센터 등 전산처리 서버 이원화 ③장애 복구 체계 구축 등을 의미한다. 즉, 이번 화재 사건같이 특정 데이터센터가 셧다운됐을 경우, 우회 통로와 데이터 복사본을 얼마나 마련했는지가 관건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모두 복수의 데이터센터에서 전산을 처리하고 있고 백업 서버도 두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문제가 생긴 데이터센터의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무너졌다. 특정 데이터센터의 기능이 통째로 마비되는 사태를 처음 겪으면서 데이터 이전과 대체 전산 처리 작업에 과부하가 걸린 것. 카카오 관계자는 "불이 난 센터에서 처리하던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다가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고 서비스 중단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센터를 쓰는 네이버는 사전에 구축된 백업 데이터와 우회 데이터센터 시스템 지연 없이 정상 작동한 만큼, 카카오의 부실대응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아울러 양 부사장의 "화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발언처럼 회사의 사전 대응 체계 자체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카카오, 유례없는 사태에 대혼돈


카카오는 대규모 서비스 장애 발생 이후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완전한 서비스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대규모 서비스 장애 발생 이후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완전한 서비스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유례없는 사태에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비스 장애 발생 약 22시간이 지나도록 완전한 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서비스 복구가 완료됐다고 공지된 일부 응용소프트웨어(앱)의 경우에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가입한 경우 접속이 원활치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등 정확한 현황 파악에도 애를 먹는 모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가용 가능한 모든 인원을 투입해 밤샘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완전 복구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T업계 전반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에선 1등을 다투고 있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플랫폼 기업의 재난 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플랫폼 시장을 대표하는 공룡기업 카카오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경우 그 불똥이 플랫폼업계 전반에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카카오는 홍은택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 산하에 ①조사소위 ②재난 대책 소위 ③보상 대책 소위를 설치하고 구체적인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주 부터는 피해신고 채널을 마련해 피해 신고 접수와 피해 배상 논의도 시작한다. 홍 대표는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날 오후 9시 30분 기준 이미지, 동영상 파일 전송을 포함한 카카오톡 및 카카오 서비스의 주요 기능들이 정상화됐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로그인/간편로그인 △이미지, 동영상, 파일 발송 △지갑서비스, 전자서명, 톡명함, 톡캘린더 △오픈채팅방 생성, 방장봇, 보이스룸 △푸시메시지 사용 △주문하기 등의 서비스가 복구됐다. 다만 톡서랍, 디지털카드 서비스, 이모티콘 검색 등은 여전히 복구 중이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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