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민들, 목숨 건 생수 사재기... 이유 있었다

입력
2022.10.16 14:45
수정
2022.10.16 14:4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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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역류로 수돗물 공급 끊길 것" 루머
당국 "문제없다" 진화에도 시민들은 불신

지난 3~5월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중국 상하이시에서 한 주민이 배달원으로부터 주문한 생수를 넘겨받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지난 3~5월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중국 상하이시에서 한 주민이 배달원으로부터 주문한 생수를 넘겨받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두 달간의 코로나19 봉쇄 공포에 시달린 중국 상하이시 주민들이 이번에는 바닷물 유입에 따른 식수 오염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 봉쇄 기간 식료품 부족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은 생수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시에선 생수 사재기가 기승을 부렸다. 대형마트는 물론 작은 식료품점에도 생수가 동이 났다.

상하이 푸둥 지역의 마트 점원인 정옌원씨는 "생수가 들어온 지 24시간도 안 돼 모두 팔렸다"며 "어떤 사람들은 생수가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로 사람들을 따라 구매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생수 사재기는 해수 유입으로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상하이시 당국 발표에서 비롯됐다. 상하이 수도국은 지난달 "양쯔강 부근 저수지에 바닷물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11일에는 "수도관 청소 작업으로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두 발표가 연결되며 '바닷물이 식수를 오염시킬 정도로 유입됐고, 결국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억측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수도국은 12일 서둘러 성명을 내고 "이달 초 바닷물이 저수지에 유입됐으나 현재 공급되고 있는 수돗물 품질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돗물 공급을 중단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도 강조했지만, 사재기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해수 역류 현상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해수면 높낮이나 강수량에 따라 바닷물이 강의 하구로 언제든 역류할 수 있으며, 상하이에선 매년 10월부터 3월 사이 해수 역류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이번에 생수 사재기 현상으로 번진 것은 코로나19 봉쇄 경험에 따른 위기 의식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뜻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라 올해 4, 5월 상하이시가 통째로 봉쇄됐다. 시민 2,500만 명은 식료품과 식수가 언제 떨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집에 격리돼 있었다.

시 당국은 당시 "도시를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는 등 불신을 샀다. "수돗물 공급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이번 수도국 발표가 신뢰받지 못한 이유다. 상하이에 사는 바오리화씨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위기가 현실이 됐을 경우를 대비해 생수를 비축하는 우리의 행동은 비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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