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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딱딱해지는 ‘폐섬유증’, 진행 속도 50% 늦출 수 있기에 미리 절망 말아야

입력
2022.10.16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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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을 완치시키는 약이 아직 없지만 효과 좋은 신약이 조만간 나와 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을 완치시키는 약이 아직 없지만 효과 좋은 신약이 조만간 나와 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폐에 벌집 모양 구멍이 생기고 폐가 점점 딱딱해지는 병이 폐섬유증이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환자는 폐 기능 감소를 늦추는 약이나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치료를 받게 된다. 2020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3,736명이었다(질병관리청).

‘폐섬유증 치료 전문가’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폐 기능이 떨어진 폐섬유증 진행 속도를 50% 정도 늦추는 약도 나와 있고 새로운 약도 개발 중이므로 폐섬유증이라고 해서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폐섬유증은 어떤 질환인가.

“폐는 ‘폐포(肺胞)’라는 작은 꽈리 모양 공기 주머니로 돼 있는데,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폐포 사이 공간을 간질(間質)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간질성 폐 질환’이라고 한다. 간질 조직에 염증이 생겨 손상되면 상처 위에 딱지가 생기듯이 간질 조직이 두꺼워지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는데 이를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폐섬유증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데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도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폐 용적이 줄어들어 기침ㆍ가래ㆍ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서 산소 발생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가 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어떻게 알 수 있나.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폐 기능 검사 등을 시행한다. 그래도 제대로 진단되지 않으면 ‘기관지 폐포 세척 검사’ 또는 ‘수술적 폐 조직 검사’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원인을 찾을 수 없으면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한다.

환자 대부분이 60세 이상이기에 노화와 관련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아울러 여성보다 남성에게 잘 발생하고 흡연ㆍ바이러스 감염ㆍ분진 노출 등도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잘 발생하고 폐암 등 합병증도 나타나므로 금연해야 한다. 간혹 가족력으로 발생하므로 특정 유전자와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다.”

-폐 기능을 되돌릴 수 없다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떨어진 폐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약물이나 수술은 없다. 따라서 폐 기능 감소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항섬유화 약(피르페니돈ㆍ닌테다닙)이 쓰이고 있는데, 이 약들은 병 진행 속도를 50%로 낮춰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피르페니돈은 광과민성(햇빛에 의한 피부 발진)ㆍ소화장애ㆍ식욕 부진이 나타날 수 있고, 닌테다닙은 설사ㆍ간 기능 악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보조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낮으면 폐 이식도 고려할 수 있다. 여러 제약사에서 폐섬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3~4가지 정도 약물이 3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와 가족에게 조언한다면.

“이전에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3년 내 사망률이 50%로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항섬유화 약이 나오면서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어 전처럼 사망률이 높지 않다. 아울러 환자마다 경과가 다르기에 절망하지 말고 주기적인 진료와 항섬유화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조만간 신약도 나올 것으로 보여 완치 희망도 기대할 수 있다.

진료나 약 외에도 폐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겨울철에는 가습기를 활용해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꾸준한 유산소운동으로 폐활량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독감ㆍ폐렴 등 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병에 노출되면 특발성 폐섬유증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에 관련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라면 금연하고, 분진에 많이 노출된다면 방진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등 폐 건강에 해가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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