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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팔아 연명하는 일본 지역 노선... '철도 150주년'의 비애

입력
2022.10.16 1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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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현 조시전철, 전통과자 팔아 연명
지역 인구 감소로 폐선 잇따라
대도시에선 새 노선 만들기도

일본 지바현 조시시의 철도회사인 ‘조시전철’이 운행하는 열차의 모습. 조시전철 홈페이지 캡처

일본 지바현 조시시의 철도회사인 ‘조시전철’이 운행하는 열차의 모습. 조시전철 홈페이지 캡처


일본 지바현 조시시의 철도회사인 ‘조시전철’의 최고 인기 상품은 ‘누레센베’이다. 센베는 납작하게 빚은 쌀떡을 구워 만든 일본의 전통과자로, ‘누레센베’는 약간 눅눅한 센베를 뜻한다.

내년에 운행 개시 100년을 맞는 조시전철이 과자를 파는 건 지방 철도 노선이 인구 감소와 자동차 보급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 중 철도사업으로 인한 수입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과자를 비롯한 각종 상품 판매 수익이 회사를 지탱한다. 2006년 경영 위기를 겪었을 때 “전철 수리비를 벌어야 한다”며 과자를 팔기 시작했고, 2014년엔 공장과 직판장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과자 판매는 부업일 뿐이다. 조시전철은 전체 노선이 6.4㎞에 불과하고 이렇다 할 절경을 지나가는 것도 아니지만 ‘일본 제일의 엔터테인먼트 철도’를 목표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관광객을 모은다. 여름엔 열차 안에서 담력 시험을 하는 ‘귀신의 집 열차’를 운행하고, 청년층이 좋아하는 아이돌 게임과 협업하기도 한다.

일본 지바현 조시시의 철도회사인 ‘조시전철’이 판매하는 '누레센베'. 약간 눅눅한 식감의 일본 전통과자다. 조시전철은 경영난을 극복하고 철도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조시전철 홈페이지 캡처

일본 지바현 조시시의 철도회사인 ‘조시전철’이 판매하는 '누레센베'. 약간 눅눅한 식감의 일본 전통과자다. 조시전철은 경영난을 극복하고 철도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과자를 판매하고 있다. 조시전철 홈페이지 캡처

조시전철은 경영난 속에서 살길을 찾아낸 흔치 않은 사례다. 다른 지역 철노 노선의 상당수는 폐선 위기에 놓여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과 저출생·고령화 때문에 철도 이용객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학생이나 고령층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1872년 도쿄 신바시와 요코하마를 잇는 노선이 첫 운행을 시작한 후 일본 철도가 이달 14일로 150주년을 맞았지만 축제 분위기만은 아닌 이유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29개 지역 노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철도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용이 적더라도 지금의 대중교통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72%나 됐다. 철도 노선이 폐지되면 지역 고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역별 JR 모회사들은 이 같은 민심을 수용해 도시에서 내는 이익으로 적자가 나는 지역 노선을 보조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 관광객 급감으로 철도사업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폐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적자 노선이 특히 많은 JR홋카이도는 지난달 루모이선(이시카리누마타-루모이) 폐선 계획을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것을 비롯해 2016년 이후 노선 5개를 폐지했다.

반면 대도시에선 새 노선이 등장하고 있다. 도쿄역에서 하네다공항까지 18분에 연결되는 JR동일본 하네다공항 액세스선(2029년도 운행 개시 예정)은 지난해 사업 허가를 받았다. 지하철 도쿄메트로는 유라쿠초선(도요스-스미요시)과 난보쿠선(시로카네다카나와-시나가와)의 연장 계획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두 사업 모두 2030년대 중반 운행을 개시할 방침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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