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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감사원 수사요청 대상서 제외... 檢이 이어받나

입력
2022.10.14 17:12
수정
2022.10.14 17:3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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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안보라인 20명 겨냥에도 정작 文 제외
감사원 "文의 구체적 위법지시 확인 못해"
감사원 발표서 文 등장 대목은 향후 '불씨'
조사 거부로 확인 어렵자 檢에 떠맡긴 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 감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 감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최주연 기자

감사원이 14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처리와 관련해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면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을 정조준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감사원은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하면서 ‘정치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정작 수사 요청 대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제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럼에도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나 검찰 수사 발표의 최종 목적지는 문 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文, 18쪽 분량 감사원 자료서 3번 등장

감사원이 작성한 18쪽짜리 수사 요청 자료에서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대목은 세 군데다. ①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센터가 22일 18시 36분 서면보고로 실종된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서면보고를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문 전 대통령에게 상신했고, ②23일 8시 30분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이씨의 피살·소각 정황을 문 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고 지시했다.

안보실이 북한군에 의한 이씨의 피살·소각을 인지한 시점은 22일 22시(국가정보원 보고)와 22시 30분(국방부 보고)으로 ①과 ② 사이다. 감사원은 23일 1시 관계장관회의 후인 5시 안보실이 작성한 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피살·소각 내용이 없는 것을 '은폐'라고 지적했다. 안보실 보고서에 피살·소각 내용이 제외됐더라도 8시 30분 안보실장 등이 문 전 대통령에게 관련 정황을 대면보고한 것은 확인된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③문 전 대통령은 27일 15시쯤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신 소각에 대해 국방부가 재분석해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 진술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국방부가 시신 소각과 관련하여 (24일) 발표한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시 후 국방부 등에서 내부적으로는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 등 유보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윤영덕(왼쪽부터), 김영배, 윤건영 의원 등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 결과발표'를 비판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윤영덕(왼쪽부터), 김영배, 윤건영 의원 등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원 결과발표'를 비판했다. 오대근 기자


윤건영 "감사원, 대통령 지시 맥락없이 발표"... 오독 가능성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 지시의 맥락을 파악하려면 그전에 국방부가 무엇을 보고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국방부 발표 하루 뒤인 25일 북한의 대남통지문을 통해 '시신은 안 태웠고 부유물만 태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만으로는 문 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인해 국방부의 대외적 입장이 바뀐 것으로 오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전체 맥락을 제거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많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선 감사원이 검찰에 문 전 대통령을 겨누도록 좌표를 찍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법 지시 확인 못했다"지만... 文 겨냥 檢에 맡긴 셈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 측에 서면조사를 요구한 이유는 이러한 대목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거부로 조사는 불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위법한 지시를 한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이뤄졌다고 돼 있지만 읽었는지 여부나 직접 보고받았는지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상신된 서면보고를 실제 수신해 읽었는지, 첫 대면보고에서 어느 수준까지 보고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세 번째 대목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해 정치 중립성 논란을 증폭시키기보다 사실상 검찰의 손을 빌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이 최종 감사 결과에 문 전 대통령의 연루 정황을 포함하거나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겨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회경 기자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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