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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첫 대북 독자제재…압박하지만 실효성은 글쎄

입력
2022.10.14 16: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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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 개발 기여 '개인 15명·기관 16개'
이미 미국 제재 받아... '상징적 조치'에 불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열린 만경대혁명학원ㆍ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열린 만경대혁명학원ㆍ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정부가 14일 '대북 독자제재' 카드를 꺼냈다. 북한이 △전술핵 위협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동·서해 방사포 사격으로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 회피에 관여한 개인 15명, 기관 16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정부의 독자제재 조치는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된 개인 15명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제2자연과학원과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과 물자의 대북 반입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 16곳은 북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등이다. △WMD 연구개발·물자 조달 △북한 노동자 송출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 △제재 선박 운영 등을 맡아왔다.

정부는 2015년 6월부터 5차례에 걸쳐 개인 109명, 기관 89개를 독자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로 대상이 개인 124명, 기관 105개로 늘었다. 한국 국민 혹은 기관이 사전허가 없이 이들과 금융·외환거래를 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 도중 엄지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 도중 엄지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새로 추가된 개인과 기관은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문자 그대로 한국 정부만의 '독자제재'는 아닌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두 달 뒤 ‘가장 강력한’ 독자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남북교류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자금줄을 더 이상 옥죌 수 없어 5·24조치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미국이 제재로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보조를 맞춰 한국의 독자제재로 이름 붙인 명단을 공개해왔다.

자연히 이번 조치의 실효성이 의문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특별지정제재 명단(SDN)'에 올라 있다. 대다수 글로벌 은행들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기관도 제재)’을 피하기 위해 이들과 거래를 전면 차단한 상태다. 우리나라 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과 기관이 이들과 따로 접촉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북제재가 상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이 대북제재 대상과 거래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제재대상을 교차적·중첩적으로 지정하면 다른 국가들의 조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일본과 호주도 이들 중 일부를 제재대상에 추가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독자제재에 매달리는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도통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은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추가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우리 정부가 제재 명단에 올린 이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빠져 있다.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가상자산, 사이버 등 기존에 간과했던 새로운 분야를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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