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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까지 담았다”…AI와 사람의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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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나의 어둠이 그 사람에겐 죽음이 될 테니, 우리들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며 끝이 될 것이다.”
시종일관 격정적인 감정선을 유지했다. 장엄한 배경 음악과 스크린에 펼쳐진 화려한 영상 사이로 흐른 섬뜩한 목소리는 1시간가량 진행된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지배했다. 웬만한 스릴러물에서나 전해질 법한 긴장감을 가져오기에도 충분했다. 국내 최정상급 배우인 손숙 목소리를 모방한 인공지능(AI) 음성의 무용극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에 자리한 서강대 내 메리홀에서 진행된 ‘밤의 여왕’의 공연 현장 분위기는 그랬다.
특히 이날 장내 안내 방송에서부터 공연 내내 이어진 음성은 모두 AI 목소리로 전달되면서 관람객들의 탄성도 끌어냈다. 이경옥 무용단과 버추얼 휴먼 생성 기술로 지원된 CJ올리브네트웍스의 ‘AI 보이스 클로닝’ 및 '립 제너레이션’의 합작품에 대한 화답으로 들렸다. AI 보이스 클로닝은 입력된 텍스트를 지정된 목소리로 읽어주면서 감정까지 가미한 음성 생성 기술이다. 립 제너레이션은 오디오와 영상 속 인물의 입술 발화도 맞추는 AI 기반의 립싱크 기술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번 공연의 AI의 목소리 학습을 위해 배우 손숙과 함께 작업했다. 손숙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는 '밤의 여왕'의 주인공이자 복수의 화신인 여왕 캐릭터를 연기, 배우 손숙이 현장에서 직접 연기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연출했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현대미술가 마리킴의 미디어아트와 결합, 새로운 볼거리도 제공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안내방송과 배우의 대사까지 모두 AI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손숙 배우의 음성이어서 낯설지 않았다”면서 “이젠 극장에서도 AI가 연기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음성 분야에서 AI의 세(勢) 확장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선 감정 실린 목소리에 특정인의 입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하면서 무용극에서부터 드라마에 이어 세상을 떠난 유명 가수나 연기자의 생전 모습도 재소환하고 있다.
지니뮤직이 지난 6일 전자책 구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와 첫 오디오 드라마 합작품으로 공개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도 AI 배우가 등장한다. 총 19명의 연기자가 출연할 이 작품 가운데 절반가량인 8명의 배역에 AI 음성 기술이 가미됐다. 배우가 표본 목소리를 녹음하면 AI 기술로 이를 분석, 비녹음된 문장까지 구현해 드라마에 삽입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 오디오 드라마는 평범한 동네에 문을 연 서점 주인이 다양한 손님들과 고민도 나누면서 공감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선 27년 전 세상을 떠난 가수 고 김성재가 가상인간(아바타)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예전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한 AI에 힘입어 무대에 돌아온 그는 생전 인터뷰와 노래 등에서 추출된 음성 등으로 목소리도 재현했다. 이어 10일엔 8년 전 하늘로 떠난 ‘국민배우’ 고 김자옥의 목소리 역시 복원됐다. 특히 남편인 가수 오승근은 김자옥과 함께 ‘빗속을 둘이서’를 열창, 생사를 초월한 꿈의 듀엣 무대로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도 선사했다.
또 다른 종편에선 가수 고 유재하를 AI로 복원, 예전 모습과 목소리까지 깔끔하게 회복시켰다.
AI 기술 진화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 분야가 갈수록 각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의 오디오 콘텐츠 창작 분야에 대한 성장 가능성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향후 새로운 신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월스트리트저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워싱턴포스트)
우려가 현실로 돌아온 모양새다. 1년 넘게 공을 들여 선보인 야심작이었지만 차가운 반응만 쏟아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공룡 기업인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잡고 공개한 작품이었기에 실망감은 더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된 메타플랫폼의 가상현실(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에 대해서는 혹평 일색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메타버스에 올인하겠다”며 사명까지 변경한 후 꺼내든 첫 작품이어서 기대감도 컸지만 의구심만 키웠다.
일단 성능 측면에선 기술적인 진보가 엿보였다. 얼굴과 눈의 추적 기능 탑재로 가상인간인 아바타의 현실감을 높였다. 이용자 눈의 움직임과 표정을 인식, 아바타의 생동감 넘치는 의사표현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이전 제품에 비해 날씬해진 부피와 무게도 눈에 띄었다. 기존 제품에서 구현됐던 흑백 화면은 컬러로 개선됐다. 저커버그 CEO는 "편안한 착용감과 디자인 측면까지 만족시키면서 차세대 업무·협업 방식부터 최고의 VR 경험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명 변경 이후, 전담 개발 부서 조직 구성에만 100억 달러(약 13조7,300억 원)를 투입, 사실상 회사의 미래를 메타버스에 베팅한 상태다.
문제는 제품 가격이다. 이달 25일부터 출시될 이 제품 가격은 1,499달러(약 215만3,000원). 2년 전 선보였던 기존 제품 가격의 4배에 가깝다. 저용량 배터리 또한 걸림돌이다. 이 제품에 내장된 배터리의 활용 시간은 1, 2시간에 불과하다.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장시간 회사 업무 활용까지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저용량 배터리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여론 또한 싸늘하다. CNN은 이 제품에 대해 “아마도 이용자들이 사려고 하진 않을 것 같다”며 “이전 모델에 비해 4배나 가까운 가격은 일반 이용자가 아닌 기업이나 VR 마니아들을 목표로 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품을 이용해 보니, 마법 같은 경험을 하긴 어려웠다”고 사용 후기도 공유했다.
주가 역시 우울했다. 이 제품 출시 당일 뉴욕 증시에서 메타 주가는 3.92% 떨어진 128.54달러에 장을 끝냈다. 메타 주가가 종가 기준 130달러 이하로 추락한 건 2018년 12월 24일(124.06 달러) 이후 처음이다.
메타의 이런 악재는 라이벌인 애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현재 세계 IT 업계의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놓고 VR 기반의 메타버스에 올인한 메타플랫폼과 현실 바탕의 증강현실(AR)에 기댄 애플의 물밑 신경전은 치열하다. 최근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팀쿡 애플 CEO는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매체 '브라이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인들이 메타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메타플랫폼의 전략을 에둘러 평가절하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플랫폼 야심작에 대한 세간의 혹평은 애플에 수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 분야 등에서 검증된 경쟁력도 애플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이와 관련, 양사의 이번 경쟁을 세기의 전투에 비유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과 메타 모두 (내부적으론) 필승 전략을 가지고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메타플랫폼의 VR 프로그램보다 애플의 AR 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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