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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했다고 어른? 방황 속에 만난 연상여인

입력
2022.10.15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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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영화 '차 차 리얼 스무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되는 거 없는 22세 청년 앤드루는 우연히 만난 연상여인 도미노에게 사랑을 느낀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되는 거 없는 22세 청년 앤드루는 우연히 만난 연상여인 도미노에게 사랑을 느낀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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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막 졸업했다. 취업은 하지 못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여자친구는 장학금을 받아 스페인으로 떠난다. 졸업 후 집으로 돌아와 12세 동생과 방을 함께 쓴다. 독립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졸 22세 앤드루(쿠퍼 레이프)의 삶은 막막하다. 그는 우연히 바트미츠바(유대교 소녀 성인식)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견한다. 마음이 끌리는 연상여인 도미노(다코타 존슨)를 조우하기도 한다. 눅눅한 앤드루의 삶에도 볕이 드는 걸까.

①연상여인에 마음을 뺏겼으나...

앤드루(왼쪽)는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미래를 기약하나 희망은 엷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앤드루(왼쪽)는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미래를 기약하나 희망은 엷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앤드루는 바트미츠바 사회를 보며 새로운 기회를 엿본다. 청소년 눈높이에서 음악을 선정하고, 분위기를 돋우는 그는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다. 도미노와의 관계가 농밀해지기도 한다. 32세 도미노는 10대 딸 롤라(바네사 버거트)가 있는데 자폐증이 있다. 도미노는 롤라와 자신을 잘 보살펴 주는 앤드루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커다란 난관이 있다. 도미노는 약혼자가 있다. 중년 변호사 조지프(라울 카스티요)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도미노와 앤드루는 서로 마음이 끌려 바짝 다가서지만 선을 넘기 주저한다. 조지프가 뭔가를 눈치챈 듯해 찜찜한 기분이기도 하다.

②육체적 성장해도 누구나 ‘어른이’

도미노는 이르게 결혼해 10대 딸을 두고 있다. 32세인 그는 대학 진학 등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도미노는 이르게 결혼해 10대 딸을 두고 있다. 32세인 그는 대학 진학 등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바트미츠바 전문사회자로 새 길을 모색하려는 앤드루의 계획이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가족과는 불화한다. 한 지붕 생활을 하면서 의붓아버지와는 사사건건 각을 세운다. 사랑도 일도 잘 이뤄지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앤드루는 방황의 급류 속으로 더욱 빨려 든다. 육체적으로는 어른이 된 지 이미 오래. 대학까지 마치고 자리 잡지 못하는 앤드루의 모습은 MZ세대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와 정서를 대변한다.

앤드루는 방황 속에서 고교동창 메이시(오데야 러시)와 사랑도 아닌, 우정도 아닌 관계를 유지한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앤드루의 어정쩡한 현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③아리면서도 풋풋한 성장기

앤드루는 의붓아버지 그레그(오른쪽)와 매사 티격태격하며 다투나 둘 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따스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앤드루는 의붓아버지 그레그(오른쪽)와 매사 티격태격하며 다투나 둘 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따스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영화의 주요 정서는 사랑이다. 앤드루의 좌충우돌 언행이 웃음을 부르고, 그가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 가슴 아리게 하기도 한다.

앤드루와 도미노가 은밀하게 호감을 주고받는 과정은 여느 로맨틱코미디처럼 달콤하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좋아하나 이뤄질 수 없다. 도미노는 딸에게 안정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조지프와의 결혼이 필요하다. 앤드루는 마땅한 직업조차 없는 자신이 조지프를 대신할 수 없음을 잘 안다. 앤드루와 도미노 사이 야릇한 감정이 오가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조지프의 성숙함에 기가 꺾이기도 한다. 사랑하나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애틋한 감정이 앤드루의 풋풋한 성장기에 포개진다.

영화에선 인상적인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인생은 추억이다.” 20대의 불안도 사랑의 쓰라림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뷰+포인트

주연배우 쿠퍼 레이프가 제작과 각본, 연출을 겸했다. 그는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 ‘쉬트하우스’(2020)로 눈길을 끌었고, ‘차차 리얼 스무스’로도 호평받았다. 그의 나이는 25세다. 영화팬이라면 눈여겨볼 젊은 감독이다. 또래들의 고민을 포착해 화면에 섬세하게 반영하는 재주가 특별하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애플TV플러스가 1,500만 달러에 전 세계 배급 판권을 구매하면서 ‘방구석 1열 관객’이 쉬 볼 수 있게 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6%, 관객 6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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