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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직관하는 데이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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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장황한 글보다 이미지 하나, 데이터 하나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이런 이미지, 데이터에 적절한 설명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이 그런 책이다. 지도 제작자이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지리정보학 교수인 제임스 체셔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수석 디자이너 올리버 우버티가 4년간 머리를 맞대고 완성했다.
제목처럼 이 책에 담긴 지도는 과거와 현재,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일반적인 지도에서 볼 수 없는 세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16~19세기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대서양 횡단 선박에 오른 사람은 1,250만 명이고 험난한 여정에서 살아남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사람은 그중 1,070만 명이었다. 브라질에 하선한 사람만 그 절반에 이르는 486만 명이었다. 간략한 지도와 데이터만으로도 노예무역의 비참함이 읽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에 따라 만든 ‘구술 이동 지도’는 이들의 내밀한 기억과 역사가 교차하는 흐름을 펼쳐 보인다. 여성과 남성의 노동량을 유급과 무급으로 나눠 비교하는 그래프는 한국 여성이 무급 노동의 75%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얼마나 차별적인지도 단박에 알려준다. 중국의 지역별 인구 변화는 농업 국가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베트남전쟁 당시 미 공군이 비밀리에 자행한 융단폭격 지역을 촘촘히 표시한 지도는 리처드 닉슨 정부의 잔인성을 드러낸다.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지도도 있다. 이산화질소 분포를 나타낸 지도에선 배기가스를 더 많이 뿜어내는 산업과 나라를 또렷하게 확인시켜 준다. 1890년대에 비해 2010년대 지구의 온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도 있다. 정보를 데이터화해 이해하기 쉽게 지도에 펼쳐놓는 저자들의 상상력과 정교한 방법론이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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