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존경한 신영복 사상은 김일성 사상" 김문수의 직진, 괜찮을까

입력
2022.10.13 13:00
수정
2022.10.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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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운영 키는 상임위원이 쥐고 있지만
노동계 "위원장 극단 발언에 경사노위 참여 부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 리셉션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고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공포를 했다. 그것도 김여정과 김영남 앞에서. 그래서 김일성주의자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언급해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파행을 빚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3일에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민주노총은 김정은의 기쁨조'라던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 요청도 "어제 국감장에서 다(답)했다"며 거절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해 만든 기관의 수장이, 되려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사노위·중앙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이후 덧붙일 발언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사노위·중앙노동위원회·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이후 덧붙일 발언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최근 수년간 극우 성향의 극단적 발언으로 자주 논란이 된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위원장에 낙점된 직후, 발언 창구인 유튜브 채널 '김문수TV'를 닫았다. 고별 방송에서 김 위원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운영했지만, 계속 그런 입장을 가져서 위원장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유튜브 채널 중단 이유를 밝혔다. 스스로 노동, 야당 비판 수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모습에 경사노위 참여 주체인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 임명 직후 "위원장 스스로 노동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을 것",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어온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주기 바란다"는 다소 낮은 수위의 비판 성명을 냈다.

임명 초반, 노동계의 다소 유화적인 반응은 경사노위의 실질적 중심축이 차관급인 상임위원이란 점도 작용했다. 장관급인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를 상징하는 비상근직이라, 각 주제별 회의체 운영을 담당하는 전문위원들은 그동안 상근직인 상임위원의 판단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실제 경사노위 홈페이지에 실린 조직도에서 수장은 사무처장, 즉 상임위원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문성현 전 위원장 체제에서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간의 역할분담이 있었다. 위원장이 각종 사회 분쟁을 대외적으로 조정했고, 상임위원이 경사노위 내 회의체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관료 출신인 김덕호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임명되며 무난한 조직 운영이 기대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무처 조직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무처 조직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홈페이지


그러나 12일 국감장 파행으로 이런 전망이 달라지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위원장은 국감 파행 다음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극단적 발언을 이어갔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규정한 데에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김일성과 신영복 선생은 공범"이라고 규정하며 "그분은 한 번도 전향한 적 없다고 말하고, 감옥 안에서는 물론 전향서를 썼지만 본인이 그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신영복 선생의 사상은 김일성 사상이고 김일성 사상을 자기 사상으로 아는 신영복 선생의 사상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한다', '민주노총은 김정은의 기쁨조다'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 역시 "어떤 맥락이냐를 봐야 한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연일 반노동 발언을 이어가는 위원장 체제에서 노사정 대화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어떻게든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원장 임명 후 비판 수위를 낮췄는데, 연일 극단 발언이 이어지면 상임위원이 주관하는 회의체 참여도 원점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김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경사노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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