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쩍 안 돼" 이재명 한마디에... 野, 양곡관리법 단독 처리 나섰다

입력
2022.10.13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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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생 제대로 하는 거 보여야" 언급에
반나절 뒤 양곡관리법 안건조정위 강행 처리
다음 민생입법 과제는 '납품단가연동제' 관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한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한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어물쩍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후 이같이 발언했다고 한다. 공개된 회의에서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정책 제언을 들은 직후다. 이 대표는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 수확기라는 시의성 있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이 민생 현안만큼은 제대로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 후 양곡관리법 처리는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에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농해수위 관계자들은 "개정안을 바로 의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대표 발언이 전해진 뒤 반나절도 안 돼 '강행 처리'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169석 폭주' 비판보다 '민생 성과' 강조

이 대표는 평소에도 '필요할 경우 국회에서 169석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입장을 보이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민생'과 '성과'라는 명분으로 입법 독주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양곡관리법에 대한 강행 처리를 요청한 배경에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이 대표의 뜻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당과 타협할 내용도 아니고, 안건조정위에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실제 민생 관련 입법을 빠르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납품단가연동제 등 '이재명식 강행 입법' 이어지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는 '이재명식 입법'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기초연금확대법 △노란봉투법 △출산보육수당 및 아동수당 확대법 △납품단가연동제 △장애인국가책임제 △가계부채 3법 등을 '7대 민생입법 과제'로 선정, 정기국회 내에 추진을 약속했다.

당 안팎에선 다음 민생과제는 납품단가연동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 분담의 제도화로 위기 극복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여당의 조건 없는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앞으로 민생입법에 한해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한 번 시작하면 성과를 내자는 것이 이 대표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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