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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연속 빅스텝 심각하게 우려한다" 3.0% 넘어선 기준 금리에 휘청이는 기업들

입력
2022.10.12 19:00

기준금리, 기업 임계치 2.6% 넘어선 3.0%
이자 폭탄으로 한계기업 속출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재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마저 감내하기 어려운 임계치를 넘어서 결국 기업들을 한계로 몰고 있다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다.

12일 주요 경제단체에 따르면, 우리 주요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체력이 바닥나 영업 이익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선 지난해 한계기업(외부감사에 의한 법률 적용받는 비금융기업 2만2,388개사 대상)은 2,823개로 전년에 비해 7.8%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이 기간 중소기업의 증가세(25.4%)가 뚜렷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국내 제조업 307개사 대상)에서도 응답 기업의 약 62%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올라 대출이 필요한데, 이자 비용마저 부담을 준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원자잿값 급등과 대출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어려움이 커진다"며 "금융통화위원회가 2회 연속 빅스텝을 결정한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실제 파산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태양전지 제조용 소재기업 웅진에너지는 적자가 쌓이며 금융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7월 말 파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3분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저금리와 함께 정부 지원이 이어져 기업 도산이 지연돼 온 것"이라며 "경기 둔화에 고금리까지 겹치면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사 1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의 기준 금리 임계치는 평균 2.6%였다. 기준 금리가 3.0% 이상으로 치솟은 현 상황은 기업들이 버틸 수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 현대오일뱅크 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대기업조차 금융 비용 부담으로 투자를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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