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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구리를 세계에서 가장 얇고 길게 뽑아요" 이차전지 소재 동박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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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길게 뽑아내는 것이 SKC의 최고 기술력입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2020년 SKC가 인수한 SK넥실리스는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다. 최근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배터리 소재 시장도 경쟁의 열기가 뜨겁다. 롯데케미칼도 최근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동박 시장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만난 SKC 임직원 표정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머리카락보다 수십 배 얇은 동박을 한 번에 수십 킬로미터(㎞) 길이로 뽑아낼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들과 격차를 벌려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11일 찾아간 전북 정읍시 SK넥실리스 정읍 공장은 세계 최대 동박 생산기지답게 규모부터 보는 이를 압도했다. 12만8,926㎡(약 3만9,000평)에 달하는 부지에 동박 공장 6개와 박막 공장 1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만 한 해 5만2,000톤(t)의 동박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전기차 20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에 쓸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부터 동박 양산을 시작한 5공장은 사람 손길이 거의 필요 없는 최첨단 자동화 공정을 갖추고 있다. 지름 3미터(m), 길이 2m 크기의 드럼통 22개는 3박 4일 동안 77㎞ 길이 동박을 생산하고 있었다. 한 개당 6t인 동그랗게 말린 동박롤은 무인 운반차에 실려 창고로 가고, 크레인이 집어 올려 열을 맞춰 정리했다. 반듯하게 쌓여 있는 롤은 검사, 제단 공정을 거쳐 출하한다.
특히 이 모든 공정이 사람 손 대신 인공지능(AI)과 최첨단 장비가 수행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회사 관계자는 "5·6공장은 자동화율이 높아 롤을 바꿀 때 정도만 사람이 필요하다"며 "최신 시설과 높은 자동화율 덕분에 기존 1~4공장보다 생산성이 3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동박은 전기차,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집전체'로 쓰인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동박에 가루로 된 음극재를 입혀 이차전지를 만든다. 동박은 얇을수록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더 많은 음극재를 넣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길이가 길면 배터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두께를 줄이면서, 길게 뽑아내는 것이 동박 생산 업체의 핵심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 분야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실제 SK넥실리스는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최고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 두께는 6~8마이크로미터(㎛)인데, SK넥실리스는 2019년 4㎛ 동박을 1.4m 폭으로 30㎞ 길이의 동박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SK넥실리스는 내년부터 해외 공장 양산도 시작, 경쟁 업체와 격차를 벌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7월 착공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공장은 내년부터 연간 5만t의 동박을 양산한다. 올 6월 착공한 폴란드 탈로바볼라 공장도 2024년부터 동박 생산(연간 5만t)에 돌입한다. 또 연내 미국과 캐나다 지역 두 곳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공장을 짓기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완성하는 2025년 SK넥실리스의 생산 능력은 최대 25만2,000t 규모로 커진다.
박원철 SKC 대표는 "필름 사업을 매각(1조6,000억 원)하고, KDB산업은행과 협약으로 확보한 현금(5조 원)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북미 쪽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투자를 빨리 할수록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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