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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시작된 감사원 국감…'감사위원 패싱' 논란 충돌

입력
2022.10.11 20:00
수정
2022.10.11 23: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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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감사위원 배석으로 시작부터 충돌
與 대통령실 소통 추궁 野 "내로남불" 반발
유병호 향해 고성, "고발해야" 주장까지
'김정숙 인도' '대통령실 이전' 감사요구도

최재해(왼쪽)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답변 내용을 주고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최재해(왼쪽)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답변 내용을 주고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여야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정면충돌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위원회 패싱' '대통령실 직보' 논란을 집중적으로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도 똑같이 했던 것을 정쟁으로 끌어간다"고 맞섰다. 유병호 사무총장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 질의응답 과정에선 고성과 거친 언사가 오가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을 맞았다. 민주당은 감사원장의 업무보고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8분 만에 감사가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의사진행 발언을 시작으로 감사가 속개된 이후에도 여야는 국감장에 감사위원이 배석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재차 부딪치며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거센 공방… 유병호 질의응답 중 고성도

서해 피격 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연간 감사계획에 없던 해당 사건 감사가 원장 지시로 시작된 점을 문제 삼아 "감사위원들이 패싱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해왔는데 내로남불"이라고 반발했다.

본격 질의가 시작되자 설전은 더욱 거세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유 총장이 '감사위원 패싱' 의혹 보도와 관련해 5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를 추궁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도내용 확인 과정에서 오고 간 문자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유 총장이 당시 이 수석에게 보낸 문자에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것' '무식한 소리' 등의 표현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유 총장은 아랑곳없이 이날도 "내부에서부터 이상한 소리들이 나와서" "악의적 감사방해" 등 거친 발언에 서슴이 없었다.

민주당은 유 총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박범계 의원은 유 총장이 자신의 말을 끊자 "가만히 계세요"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내리친 뒤 유 총장을 째려보기도 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위원회 패싱' 의혹 보도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위원회 패싱' 의혹 보도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유병호 "대통령실과 정상 소통" 최재해도 "문제 안 돼"

최 원장과 유 총장은 민주당 공세에 항변했다. 유 총장은 이 수석과의 문자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정상적 소통"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연락 여부에 대해선 "전날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는 (삭제된) 메시지가 있다"며 "그 외에 해당 사안으로 소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문자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복구가 되는지 모르겠다. 신분상 (문자를) 매일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사안 외에 이 수석과 연락한 적이 있느냐"는 이탄희 의원 질의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해 항의받기도 했다. 김의겸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는 증언 거부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거듭된 질의에 "기억이 흐릿하지만 몇 번 되지 않는다. 대부분 언론 보도 (등) 일상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최 원장도 유 총장 문자 메시지나 감사위 패싱 논란 등에 대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하기에 앞서 대통령실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알고 있다"며 "정치 보복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다만 서해 피격 사건 관련 감사위 내부 문제 제기 여부에 대해선 다른 취지의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유 총장이 "문제 제기 차원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규정에도 맞지 않는 내용을 막연히 (주장한 것)"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최 원장이 "문제 제기는 있었다"고 확인한 것이다.

'김정숙 인도 방문' '대통령실 이전' 감사 요구도

이 외에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 대해 각각 감사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 원장은 김 여사 관련 감사 요구에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대통령실 이전 논란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적절한 시점에 감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등을 언급하며 '이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진행하면서 7,000여 명의 철도 이용 내역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서도 '민간인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정준기 기자
박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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