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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도 벗자는데 일단 겨울 넘기자는 정부… '실내 마스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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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조치가 시행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벗은 사람보다 쓴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실내로 들어오면서 다시 마스크를 챙겨 쓰는 것도 번거롭고 2년 가까이 한 몸이 된 마스크를 떨구는 게 낯선 탓이다.
문제는 밖에선 그렇게 열심히 쓰다가 식당과 카페 등에선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벗어도 된다는 밖에서는 쓰고, 써야 한다는 안에서는 거리낌 없이 벗어 던지는 '마스크 딜레마'를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모순의 고리를 끊고자 총대를 메고 나선 건, 다름 아닌 의료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통과하는 중대 고비마다 '마스크야말로 방역의 최후의 무기'라고 역설했던 의료진들이 이제는 '탈(脫)마스크' 선봉에 섰다.
경기도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지난달 26일 실외 마스크 해제 조치에 맞춰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이 없는데도, 영유아 아이들의 인지 정서 발달을 저해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6일에는 광주시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탈(脫)마스크 촉구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의료계의 입장이 달라진 건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주춤하고,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도 감소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마스크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한 판단도 달라졌다.
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이후 대규모 재확산 움직임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상황. 그럼에도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마스크 착용을 '고집'했던 한국이 미국과 유럽 등 마스크를 안 쓴 나라들에 비해 인구 대비 확진자가 더 많았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평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 시점에선 마스크를 쓰나, 안 쓰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는 주장이다.
마스크 말고도 지켜줄 무기가 많아진 것도 '탈(脫)마스크론'의 근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신접종률은 OECD 국가 중 3위다. 지난 8월 정부가 실시한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에선 국민의 97.38%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으로 얻은 인공면역에 비해 감염 예방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진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양성률도 57.65%로 높은 편이다. 특히 자연감염을 통해 획득한 5~9세 소아의 항체양성률은 79.55%에 달했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것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달라진 점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케이스탯리서치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관련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제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5%, '해제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41.8%를 차지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별다른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강제하고 있다며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한다.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과학방역"을 내세웠지만 여론 눈치 보기에 더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자칫 확진자 증가로 "방역실패"라는 비판 여론이 커질까 부담스러워 결정을 미루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은 민심을 흔들어 왔다. 지난 7월 6차 대유행이 퍼졌을 때,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코로나19 정기 인식조사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엔 64%까지 올랐던 수치가 대폭 추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주문은 정면돌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난 5일 한국일보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정부가 자기들의 방역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애꿎은 국민들의 일상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정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재난 대비는 언제나 다소 과잉되게 하는 것이 미비한 대응보다 훨씬 낫다"(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지난달 26일 특별대응단 브리핑)는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로우키' 모드다.
근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이번 겨울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 확산되는 7차 대유행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항체 보유와 실제 면역능력은 다르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근거다. 지난 봄 오미크론 대유행(5차 유행) 당시 전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염돼 집단면역이 생겼음에도, 지난 여름에 6차 유행이 오고 말았던 것처럼 7차 유행도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기에 대해 처음으로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출구 전략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일 'KBS뉴스9'에 출연해 "내년 3월쯤 유행이 거의 끝날 수 있어 그때 충분히 벗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탈(脫)마스크 시기에 대해서 정부가 못 박은 건 처음이다.
정부에선 시기만큼이나 범위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질서 있는 퇴각'과 일시에 해제하는 '완전한 철수' 사이에서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지난달 19일 영유아 아이들부터 마스크를 벗게 하고, 성인들의 경우도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 고위험 시설을 제외한 일반 실내 공간에선 노마스크로 전환하자는 '단계별 출구 전략'(▶"아이들부터 노마스크"... '마스크 전도사'가 말하는 출구전략은)에 운을 뗐지만, 진척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정기석 단장부터도 "영유아 언어발달 때문에 영유아부터 벗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어느 시점을 잡아 일시에 해제하는 것이 훨씬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지난달 26일 브리핑)며 단계적 출구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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