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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용기 대체하는 '종이팩', 재활용 어렵다... 생산자 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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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종이팩은 양면을 비닐로 코팅해서 음료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든 종이 용기를 말한다. 주로 우유 용기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유팩이라고도 한다. 양면에 비닐 코팅 외 알루미늄 포일을 사용한 용기는 멸균팩이라고 한다.
우유팩은 1915년 미국의 존 반 워머가 발명했다. 직육면체 종이 상자 안에 파라핀 왁스로 코팅을 입힌 게 최초의 종이팩이다. 테트라팩이라고도 부르는 멸균팩은 1951년 스웨덴의 루벤 라우싱이 발명했다. 비닐 코팅과 알루미늄 포일로 공기와 빛을 차단해서 미생물로부터 음료가 변질되는 것을 막았다. 멸균 후 밀봉하면 상온 보관이 가능했다.
종이팩은 종이를 원료로 사용하고, 가볍고,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 포장재로 분류하고, 이 때문에 탈플라스틱 흐름 속에서 대체 용기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종이팩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최근에는 멸균팩 비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된다. 멸균팩은 음료 보존력이 높아 다양한 음료에 적용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재활용이다. 종이팩은 양면에 비닐 코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폐지에 섞이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별도로 모아 전용 설비에서 재활용을 해야 한다. 일반팩과 멸균팩이 섞여도 서로 재활용을 방해한다. 따로따로 선별해서 각각 재활용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종이팩 재활용 인프라가 미흡해 재활용률은 매우 낮다. 2020년 기준 종이팩 재활용률은 16%에 불과하다. 2016년 26%에 비해 오히려 10%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멸균팩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재활용률은 낮아지고 있다. 배출 단계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모을 수 있는 인프라가 취약하고, 선별 단계에서는 일반팩과 멸균팩을 따로 선별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며, 재활용 단계에서는 멸균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유팩 위주의 재활용 체계를 갖춰놓고 있다 보니 멸균팩 사용량 증가에 대비를 하지 못했다.
시민 입장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서 종이팩 재활용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유팩을 주민센터 등 거점에서 모았는데, 거점수거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페트병이나 캔, 유리병처럼 분리배출하면 수거, 선별,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종이팩 재활용률이 분리배출률만큼 높아진다.
일부는 국내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멸균팩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억지로 틀기는 어렵다. 남 탓이 아니라 생산자 책임을 강화해서 재활용 체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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