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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압수량 8배 폭증... 수사당국 손에 들어간 마약은 어떻게 버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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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언젠가부터 마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는 주제가 됐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자랑스럽게 누렸지만, 어느새 잘 알려진 연예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고, 특별단속 한 달 만에 400명 넘는 마약사범들이 검거되고 있죠.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검거된 마약류 범죄자 수는 31.2명으로, 몇년 새 크게 늘어났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압수 마약류는 무려 1조8,400억 원어치였습니다.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이 569.9㎏으로 가장 많았고 코카인(435.7㎏)과 대마초(91.2㎏)가 그다음을 차지했는데, 2017년 대비 압수량만 8배 늘었습니다. 점점 많은 양의 마약이 수사망에 걸리고 있다는 건, 시중 유통되는 마약량도 엄청나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세관 통관 과정에서 압수되는 밀수 마약도 상당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국경 반입 단계에서 총 238㎏ 상당의 마약이 적발됐습니다. 1년 전에 비하면 11%나 많아졌습니다. 필로폰(87㎏)과 대마류(58㎏)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단순히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건 아닐 텐데, 수사당국과 세관은 이 많은 양의 압수 마약을 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마약이 압수되는 경로는 주로 두 가지입니다.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직접 압수하거나, 세관에서 밀수 마약을 적발하는 경우죠.
경찰에서 마약사범을 검거한 경우 증거물로 마약을 압수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이를 함께 넘깁니다. 경찰은 구매자인 척 온라인 마약 판매 게시글에 접촉해 공급책을 잡기도 하고, 첩보를 기반으로 범죄조직을 검거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을 한꺼번에 압수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죠.
거꾸로 세관은 밀수 마약을 발견하는 데서 수사가 시작됩니다. 식품이나 영양제로 위장한 사례부터 전자담배 속 액체 상태로 들어있는 경우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형태의 마약이 적발됩니다. 수사관들은 이를 배달하는 척 수취인을 잡아내기도 하고, 배달 주소지에 잠복해 공범을 적발해내기도 합니다. 피의자가 특정되면 조서를 꾸며 검찰로 넘기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물인 압수 마약류도 인계합니다.
압수된 마약은 모두 수사를 위해 검찰로 넘어갑니다. 검찰은 압수된 증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으면 '몰수' 처분된 마약류를 폐기합니다.
마약류는 1g만 없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관 기간 동안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책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안이나 전용 창고 안에서 견고한 이중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금고 등에 보관해 분실·도난·훼손되지 않도록 합니다. 양귀비나 대마초 등 부패 우려 마약류는 건조시켜 보관해야 하며, 기화성이 있는 필로폰 등은 투명비닐로 이중 포장해 보관하는 등 취급도 특별히 주의해야 하죠. 압수 단계부터 폐기까지 전 단계별로 취급 담당자의 서명날인이 필수이며, 담당 직원은 수량을 철저히 확인해 사진까지 필수 첨부해야 합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몰수된 마약류는 지방자치단체에 인계해 폐기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이를 △소각 △중화(산·염기 반응) △가수분해(화합물에 물을 넣어 쪼개는 화학반응) △산화 △환원 △희석 등의 방법을 사용해 '마약류가 아닌 것'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요. 이런 방법으로도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가 없는 지하 1m 이상 땅속에 파묻거나 바닷물 속에 가라앉히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채택한 빈도와 방법이 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몰수 마약류는 소각 처리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1년에 두 번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폐기 마약류를 인계받아 소각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몰수 마약류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유실되거나 도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무장경찰관까지 파견되기도 하는데, 서울시는 이를 생활유해폐기물로 구분해 일반 소각장에서 처리합니다. 다만 보안상 이유로 날짜와 장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몰수 확정 전 마약류가 폐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압수된 양이 너무 많거나 화재 위험 등 보관 관리가 극히 어려운 경우, 1심 공판 후 증거물로 다툼이 없다면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지자체와 협의해 처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페루에서 부산신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선에서 발견된 코카인 400.4㎏은 국내 관련자가 검거되지 않으면서 수사가 종결돼 한 달도 되지 않아 전량 소각됐습니다.
마약류는 합법적으로 '재활용'되기도 합니다. △학술 연구 목적으로 사용을 요청하는 경우 △공무상 시험용으로 쓰려는 경우 △법에 따라 제조 또는 수입된 마약류로 재활용하려는 경우엔 지자체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허가를 받아 마약류를 공급받을 수 있거든요. 다만 모든 과정은 통제됩니다. 그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죠.
최근 정부는 "마약범죄가 임계점을 넘었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은 경찰청, 관세청, 국정원 등과 함께 마약 범죄 대응에 본격 나설 방침입니다. 찾고 또 찾아내 태워버리면, 우리나라는 다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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