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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저수지서 '미니 SLBM' 수중 발사... 軍·전문가 허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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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현장지도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장면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5일 새벽 평안남도 태천의 한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 우리 군 당국이 '내륙인 태천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초기 분석과 달리, 내륙의 저수지에서 발사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을 수중 발사하면 사실상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봐야 한다. 북한이 한미 미사일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발사기술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저수지에서 솟아오른 탄도미사일이 수면 수m 위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수직으로 솟아오른 후 방향을 돌렸다. 북한은 저수지에 바지를 설치해 '콜드 론치' 방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밝혔다. 콜드 론치는 수중에서 고압 장치로 SLBM을 수면 위로 밀어 올린 후 미사일을 점화하는 방식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미사일의 수중발사 개량형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무기전시회 '자위-2021'에서 해당 무기를 공개하고 같은 달 19일 신포에서 발사한 바 있다.
우리 군은 당시 태천 일대에서 SRBM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혀 KN-23 개량형일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정부 당국은 그 전날부터 SLBM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북한은 그러나 SLBM을 해상이 아닌 내륙 저수지에서 발사했다고 알렸다. 북한이 SLBM을 해상이 아닌 내륙 저수지에서 쏜 것은 처음으로, 그간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발사시험을 해온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전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잠수함 건조가 제한되는 환경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미사일 발사대의 생존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일 가능성과 미사일 개발시설과 인접한 지역에 시험발사 시설을 구축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및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난번 기차에서 발사한 것은 러시아에서 나온 것이지만, 저수지에서 수중발사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발사 징후나 준비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킬체인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발사 징후를 탐지할 수 없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SLBM이 미완성 단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SLBM을 바다에서 발사할 준비가 덜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저수지는 바다에 비해 파도가 없고 수심이 깊지 않아 통제 가능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이 "전술핵탄두 탑재 모의"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핵탄두 소형화에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4월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2006년 핵실험 이후 이 역량을 개발해온 만큼 핵탄두 소형화 역량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국이나 러시아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보유한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의 소형 핵탄두는 보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 500~600㎏ 수준 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KN-23의 탄두중량은 50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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